‘벼랑 끝 한국 야구’ 구한 박성한…스스로 증명한 ‘국대 유격수’의 자격

도미니카공화국전 8회 역전 3루타
세대교체 대표팀의 ‘미래’ 눈도장

박성한(왼쪽)이 지난 16일 열린 프리미어12 B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8회말 극적인 역전 2타점 3루타를 때린 뒤 김재걸 3루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타이베이 |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약속의 8회’를 선보였다. 중심에는 ‘국대 유격수’ 박성한(26·SSG)이 있었다.

한국은 1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WSBC 프리미어12 예선 B조 4차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8회 5점을 몰아치면서 9-6으로 역전승했다.

6회초까지 0-6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지만 6회말 4점을 만회하더니 8회에도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이날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박성한은 5-6으로 뒤진 8회말 2사 2·3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쳤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인해 역전에 성공했고 박성한은 3루에 안착한 뒤 포효했다. 이 안타 하나가 대표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살려냈다.

사실 박성한은 이번 대회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유격수 경쟁에서 밀렸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초반까지는 주전 유격수로 경기에 나섰으나 3차전 태국전부터 NC 김주원이 이 자리를 대신했다. 박성한은 아시안게임에서 타율 0.14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김주원이 활약하면서 국가대표팀 유격수 자리에서 박성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듯했다.

이번 대회 예선 1차전 대만전에도 김주원이 주전 유격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1차전 패배 후 쿠바와의 2차전부터 박성한이 투입됐다. 박성한은 이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고 일본전에서도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 행진을 이어갔으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는 ‘주인공’이 됐다.

박성한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역전할 수 있었다”며 “중요한 순간에 저에게 기회가 왔는데 잘 살려서 오늘 짜릿한 승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이 외야 우중간을 가를 때 기분을 떠올린 박성한은 “해냈다 싶었다”며 “소름이 돋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고 전했다. 3루 안착 순간 세리머니를 펼친 것에 대해서도 “너무 기뻐서 그런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했다.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야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김도영 등 향후 10년 넘게 대표팀을 이끌 재목들을 확인하고 있다. 박성한도 그중 한 명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