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비방 가득한 ‘불법 현수막’ 쓸어낸 이유? “기성세대 잘못된 표현…미래세대 두려워해야”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한 현수막은 기성세대의 잘못된 표현법입니다. 이제 미래세대의 눈을 두려워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15일 집무실에서 만난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사진)은 최근 강남역 사거리와 서초 법조타운 주변 불법 현수막·적치물 등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완료한 뒤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서초구청은 올 하반기에 강남역 1·8번 출구 앞에 난립하던 불법 현수막 20개와 천막 1동, 서초대로 대법원 정문 주변 불법 현수막 50여개를 모두 철거했다. 최근 수년간 볼 수 없었던 깨끗한 거리 풍경이 만들어졌다.
전 구청장이 불법 현수막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단지 그가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한 공무원 출신이어서만은 아니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 계기가 됐다. 그는 “요즘 청년세대의 경우 본인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을 해도 직업 구하기가 어렵다”며 “늘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저런 현수막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기성세대가 됐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생각하니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법 현수막 등을 걷어내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이를 위해 전 구청장은 전국 최초로 구청·법원·검찰·경찰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만들어 합동 대응에 나섰고, 관내를 순찰하는 ‘24시간 감시팀’을 편성해 밤낮없이 현장을 관리했다.
전 구청장은 “책임성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은 불법 현수막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자체와 공무원들의 의지와 책임감이 중요하다”며 “위법 상태를 해결하는 게 책임감이라는 의식을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또 명확하게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방향성이란 곧 일관성을 의미한다. 전 구청장은 “이번엔 따로 시한을 정해 무리하게 하기보단 꾸준하게,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반복적으로 협의하고 단속했다”고 밝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 구청장은 “필요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공공의 질서라는 게 있고, 법이 이를 담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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