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미·중 대화 계속” 트럼프에 메시지

박은하 기자 2024. 11. 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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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서 100분 고별 회담…관계 안정화 필요성에 공감대
바이든, 북한군 러 파병 놓고 “전쟁 확대 막게 노력해야”
시진핑 “한반도 전쟁 허용 안 해…대만 문제 레드라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 경쟁이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대화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이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군 수천명이 러시아에 배치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불법적인 전쟁을 확대한 것이며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이 러시아의 군수산업을 지원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러시아에 대해) 영향력과 능력을 갖고 있으며 더 많은 북한군이 투입돼 전쟁이 확대되거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파병은 북·러의 ‘내정’이라 중국이 간섭할 수 없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 배치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 이익 침해로 간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은 유지된다면서도 중국에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위협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민주주의·인권 및 중국의 발전권은 중국이 물러설 수 없는 ‘레드라인’이자 미·중관계의 가드레일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날 중국은 미국에 정상회담 결과 성명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신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문구를 사용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미·중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뉴욕타임스는 “두 정상 모두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즉 트럼프에게 말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년 사이 미·중 양국 간에 군사대화 채널이 재개되고 마약 퇴치, 인공지능(AI) 관련 위험, 기후변화와 관련해 고위급 소통과 협력이 이뤄진 것을 평가하며 “이러한 대화는 오판을 방지하고, 두 나라 간의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역사의 운명이 아니다. ‘신냉전’에서는 승리할 수도 없고, 중국을 봉쇄하는 것도 현명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역사상 강력한 패권국에 도전자가 나타날 때마다 전쟁이 발생했다는 이론이다.

이날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졌다. 대화는 약 1시간40분 진행됐다. 비교적 장시간 회담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정상들이 관계 안정화가 절실한 문제라고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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