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에도 래커칠·대자보
교정에 ‘근조화환’ 항의도
최근 학교 행정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덕·성신·광주여대 학생들에 이어 서울여대에서도 대학 내 성범죄와 관련해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하며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7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교정 곳곳은 학생들의 대자보와 래커칠로 뒤덮여 있었다.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앞 도로와 바닥에는 “여대에 성범죄자 교수 자리는 없다” “우리는 나보다 강하다” 등의 문구가 래커로 적혔다. 인문사회관 앞에는 항의의 뜻으로 두고 간 학과 점퍼 수백개가 놓였다. 건물 내에는 “서울여대는 학생을 보호하라”고 적힌 근조화환 10여개가 늘어섰다.
전날 있었던 ‘2025학년도 수시 논술고사’ 응시로 교정을 찾은 수험생에게 학생들이 전하는 편지글도 눈에 띄었다. 편지에는 “함께 걸을 예쁜 캠퍼스에 부착된 프린트물은 후배들에게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주기 위한 슈니(서울여대 학생)들의 목소리”라며 “더 좋은 서울여대를 만들기 위해 버텨 여러분과 여성의 장에서 지성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교정을 찾은 수험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기며 “응원한다” “저도 입학해서 돕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은 학내 성폭력 사건에서 학교가 학생을 보호하지 않아 항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서울여대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은 대자보를 통해 “교수 A씨가 성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했으나 3개월 감봉 처분에 그쳤다”고 학교를 비판했다. 그러자 A교수 측이 대자보를 부착한 학생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해 학생들의 공분이 커졌다. 이날 교정에서 만난 서울여대 2학년 박모씨(20)는 “대자보를 붙이며 평화적으로 대응했으나 학교의 응답이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래커칠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피해 학생이 안타깝고 성범죄를 가볍게 생각하는 학교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국어국문과 학생회도 지난 14일 대자보를 붙이고 “성범죄 교수에게 상응하는 징계를 주는 것이 학교가 이 사안에 져야 할 책임”이라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단지 학교 훼손으로만 보이는가”라고 물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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