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은 잊어라…트럼프, 에너지 정책 수장에 석유기업 CEO 지명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2024. 11. 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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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가에너지위원회(National Energy Council)의 출범을 공개하고 본격 가동을 위한 인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화석연료 활성화를 의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액체 황금’ 공약이 국가에너지위원회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미국 내 에너지 생산에서부터 규제까지,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정부부처와 기관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 더그 버검 노스타코타 주지사가 내무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 의장을 맡는다고 밝힌 데 이어 16일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을 에너지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회의 위원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라이트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중 공약으로 자주 언급했던 ‘프래킹(수압파쇄법 시추방식)’ 기업의 CEO 출신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지닌 인물로 꼽힌다. 리버티에너지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둔 석유회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크리스는 에너지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자이자 기업가”라며 “그는 원자력·태양열·지열·석유·가스 분야에서 일해왔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촉진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지정학을 변화시킨 ‘셰일가스 혁명’의 선구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트 지명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스스로 ‘기술 괴짜(Tech nerd)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사람’이라고 칭한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을 끈 것으로 전해진다. 라이트 지명자는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알려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운영 계획도 일부 공개했다. 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미국 내 에너지의 허가와 생산, 발전, 유통, 규제, 수송에 관련된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에너지와 관련한 관료주의 타파와 민간 투자 강화, 규제에 대한 ‘혁신’을 총괄하며 미국의 에너지 산업 부흥을 총괄한다. 버검 내정자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으로서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날 에너지 장관으로 선택된 라이트 지명자는 버검 지명자와 수년 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팀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Energy Dominance)’을 주도해 인플레이션 완화, 중국 등과의 인공지능(AI) 군비 경쟁에서의 승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력 확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백악관 인선도 추가로 발표했다. 그는 윌리엄 오웬 샤프를 대통령 보좌관 겸 백악관 비서관으로 지명했다. 샤프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법원으로부터 ‘공무중 행위에 대한 면책’ 판결을 얻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보다 하루 앞서 대선캠프 내신 대변인이었던 캐롤라인 레빗을 백악관 대변인으로 선임했다. 1997년생인 레빗은 올해 27세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선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10~20% 보편적 관세’ 공약을 이행할 재무장관 인선은 시간이 소요되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재무장관 후보를 헤지펀드 키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베센트와 트럼프 정권인수위 공동위원장이자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CEO인 하워드 러트닉이 막판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심복’으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러트닉은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 내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베센트가 15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자 인수위가 꾸려진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했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센트는 이미 지난 8일 마러라고를 찾았던 바 있지만, 다시 이 곳을 찾은 것이다.

베센트는 경제계에서는 ‘안정적인 선택’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에서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심복’ 스티브 배넌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배넌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베센트를 ‘내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러라고에서 정권인수위 공동위원장으로 일하는 러트닉이 경쟁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트닉은 트럼프 당선인에 자신을 재무장관 후보로 추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도 러트닉에 대해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면서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는 베센트를 두고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business-as-usual choice)이 될 것이라며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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