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위반 ‘유죄’ 왜?…유권자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발언, ‘민의 왜곡’ 고의성 인정
‘백현동 사업 국토부 압박’은 대선 당선 위한 위증 판단
사전 답변 준비·기억 환기할 시간 충분한 상황으로 여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예상을 깨고 징역형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허위사실을 말했고, 이를 통해 민의를 왜곡하려는 고의가 인정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17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130쪽 분량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주요하게 인용했다. 해당 판례는 ‘선거 후보자의 발언의 의미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발언의 맥락을 따져봐서 유권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끔 했다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그런 면에서 법원은 검찰의 첫 번째 공소사실인 “(김문기 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무죄로 판단했다. 김 처장에 대한 이 대표의 ‘인식’을 허위사실 공표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 발언에서 파생된 ‘골프 관련 발언’은 유죄로 인정됐다. 이 대표가 2021년 12월29일 방송 토크콘서트에서 “(국민의힘이)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이고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2015년 1월 해외 출장 당시 11명이 찍은 사진 중 국민의힘이 4명을 잘라내 공개했고, 촬영 당시는 골프를 친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골프 발언이 ‘김 처장을 몰랐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므로, 전체 맥락상 ‘김 처장과 골프를 안 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봤다. 예정된 토크콘서트였던 만큼 이 대표가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시간이 충분했다고도 보고 발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두 번째 공소사실인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검찰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했다. 2021년 10월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1년도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경위를 묻는 질의에 이 대표가 ‘용도변경에서 국토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을 위한 용도변경 배경엔 2014년 1월 이전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부의 요구가 있었고, 이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남시가 백현동 개발을 위해 ‘녹지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사실은 맞지만, 그 배경에 국토부 압박이 있었단 취지다. 그런데도 검찰 측이 자신의 발언을 짜깁기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성남시 공무원들의 증인신문도 종합해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보건대, 검사가 이 대표의 발언을 임의로 발췌하고 그 위치를 재배치해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왜곡하고 짜깁기 편집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대표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 기회요인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 등을 한 것을 근거로 국감 발언 배경엔 대선 당선 목적이 깔려 있었다고 인정했다. 국감 때 스스로 패널을 준비한 것도 사전질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같은 혐의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부터 무죄 취지의 판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 판례가 적용되지 않았다.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후보 시절 TV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치열하고 즉흥적인 공방이 벌어지는 TV토론회에서 후보자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 1심 재판부는 공방을 벌이는 토론회와 토크콘서트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치열한 공방을 하지 않는 환경에서 이 대표에게 온전히 발언권이 주어졌고, 이 대표가 사전에 답변도 준비했기 때문에 그만큼 허위사실공표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선희·김나연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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