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즉흥적, 충성파로…트럼프, 에너지장관에 ‘석유 재벌’ 지명
대변인엔 27세 최연소 레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에너지부 장관에 정치 경험이 없는 석유회사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라이트를 지명했다. 전문성, 경력과 무관하게 ‘충성심’을 기준으로 측근을 요직에 지명하는 파격 인선이 계속되면서 자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에서 “크리스는 에너지 분야의 선도적 기술자이자 사업가”라며 “에너지장관으로서 핵심 지도자가 되어 혁신을 이끌고 관료적 형식주의를 근절하며 ‘미국의 번영과 세계 평화의 황금기’로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에너지 정책과 원자력 개발, 핵무기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라이트 지명자는 2011년 프래킹(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법)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버티에너지를 설립해 현재 CEO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화석에너지 예찬론자인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 부정론자’다. 환경운동가를 ‘불안을 조장하는 자들’이라 칭하고, 지난해 SNS 영상에서 “기후위기란 건 없다. 우리가 에너지 전환의 한가운데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라이트 지명자는 정치 경험은 없지만 이번 대선에서 아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을 위한 모금 행사를 주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라이트 지명자가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라이트 지명자가 에너지부를 이끌게 된 것은 화석연료 생산을 크게 늘리고 석유와 셰일가스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트 지명자는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내무장관 지명자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이끌 신설 조직 국가에너지위원회 구성원으로도 참여하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버검 지명자가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위한 투자 확대와 규제 철폐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백악관 대변인으로는 대선캠프 내신 대변인이었던 캐럴라인 레빗을 발탁했다. 1997년생인 레빗 내정자는 올해 27세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변인이 된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보로 일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충성파’로 요직을 채우자 부실 검증 및 자질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의 성 비위 의혹이 각각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성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고, 게이츠 지명자는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으로 연방 하원 조사를 받고 있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스타일이 집권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파격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첫 임기 당시엔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백악관을 넘겨받아 전직 관료의 조언을 받는 등 통상적인 ‘워싱턴 방식’으로 주요 인선을 마쳤지만, 이후 이들이 자신에게 등 돌리는 일을 겪자 충성도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은 자신만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그세스와 게이츠 지명자 역시 검증 절차를 거치는 대신 즉흥적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인선 관계자는 NYT에 “(주요 직책 후보자) 이름이 여기저기서 던져지고 있다”며 “(검증을 위한) 기능적인 절차는 사실상 없다. 그냥 그(트럼프 당선인)가 이름을 붙이기로 한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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