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닝 충격 강판’ LG 50억 에이스, 선발야구 또 실패했지만…국대 포수의 위로 “앞으로 훨씬 잘 던질 것” [오!쎈 타이베이]
[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50억 에이스’ 임찬규마저 무너지며 4경기 연속 선발야구에 실패한 류중일호. 그러나 국가대표 안방마님은 이날 경기를 통해 향후 희망을 봤다.
임찬규는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4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 조기 강판됐다.
류중일호는 이달 초 대만 출국을 앞두고 손주영, 원태인이 연달아 부상 낙마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선발 자원이 고영표, 엄상백, 곽빈, 최승용 등 4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충원이 필요했고, 전력강화위원회는 장고 끝 올해 가을야구에서 호투를 펼친 임찬규를 대체자로 낙점했다. 이후 엄상백이 28인 최통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서 임찬규가 프리미어12 조별예선 4번째 선발을 맡게 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6년 만에 태극마크를 새긴 임찬규. 기대와 달리 1회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세스페데스-핸슨 테이블세터를 만나 내야안타를 연달아 맞으며 무사 1, 2루 위기에 처한 것. 3루수 김도영이 세스페데스의 땅볼 타구에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고, 임찬규가 핸슨의 번트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했지만, 타자주자의 발이 더 빨랐다.
임찬규는 설상가상으로 후속타자 구티에레즈의 타구를 잡아 2구에 부정확한 송구를 뿌리며 병살 플레이에 실패했다. 1루주자만 2루에서 포스아웃됐는데 공이 외야로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다행히 실점은 없었다. 1루주자의 2루 도루로 처한 1사 2, 3루에서 코데로, 누네즈를 연달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0-0으로 맞선 2회초도 힘겨웠다. 선두타자 알칸타라를 만나 풀카운트 끝 중전안타를 맞은 뒤 알칸타라의 2루 도루에 이어 미에세스를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주자 2명이 더블스틸에 성공한 가운데 로드리게스마저 불넷 출루시키며 무사 만루를 자초했다.
임찬규는 데 레온을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잡으며 실점과 아웃카운트 2개를 맞바꿨다. 이후 세스페데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막고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0-1로 뒤진 3회초 14구 삼자범퇴의 평화도 잠시 4회초 다시 악몽이 펼쳐졌다. 선두타자 누네즈 상대 우중간으로 향하는 2루타를 허용한 뒤 알칸타라에게 중월 투런포를 헌납한 것. 2B-1S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4구째 커브가 야속하게도 티엔무야구장 가운데 담장 너머로 향했다.
임찬규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0-3으로 뒤진 4회초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소형준과 교체되며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3이닝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투구수가 69개에 달했다.
류중일호는 지난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선발야구를 하지 못했다. 대만전 에이스 고영표의 2이닝 6실점 붕괴를 시작으로 쿠바전 또한 곽빈이 4이닝 무실점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고, 일본전 선발 최승용도 1⅔이닝 2실점 조기 교체의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16일 도미니카공화국을 맞아 큰 경기에 강한 임찬규마저 3이닝 3실점으로 일찍 바통을 넘겼다.
이들은 국내에서 모두 에이스, 다승왕, FA 투수로 불리는 정상급 선발 자원이다. 그러나 국제 무대로 나와보니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하는 5선발급 선수로 전락했다. 5이닝은커녕 타선이 한바퀴만 돌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KBO리그에서 빅게임 피처로 거듭난 임찬규의 3이닝 강판 또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임찬규는 올해 4년 50억 원 FA 계약의 첫해를 맞아 25경기 10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남겼다. 통합우승 주역으로 거듭난 지난해 14승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임찬규는 가을야구에서도 LG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59의 압도적 피칭을 선보였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3차전 5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또 다시 LG에 승리를 안겼다. 류중일 감독은 대체선수 선발 당시 임찬규의 큰 경기 강한 면모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렇다면 이날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기 후 만난 포수 박동원은 “투수가 던질 때마다 좋은 컨디션,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 오늘 (임)찬규 투구를 보면 다른 건 괜찮았는데 찬규가 잘 던지는 체인지업이 평소보다 컨트롤이 안 되면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찬규는 경험이 많고 좋은 투수다. 오늘을 계기로 또 기회가 온다면 앞으로 훨씬 더 잘 던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후배를 다독였다.
이는 비단 임찬규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선발야구의 붕괴에 따른 불펜 과부하가 벌어지면서 대표팀은 또 다시 국제대회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처했다.
박동원은 “내가 판단하기에 어려운 부분이지만, 팀에 어린 투수들이 많고, 선수들이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던지다보니 피로도가 생기는 거 같다”라며 “17일 쉬는날이 있기 때문에 잘 쉬고 마지막 호주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하면 다른 팀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유종의 미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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