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한국 가서 살래요

강필희 기자 2024. 11. 17. 19: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래 전 지역의 한 사립대학교 신임 총장 취임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였고, 자신은 미국인이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태극기와 애국가에 예를 갖출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때 비행기를 탄 한국 승객 10명 중 6명이 LA 이민자였다고 한다.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에서 한국인 출국자를 뺀 수치는 줄곧 순유출이었으나, 2006년부터 순유입으로 바뀌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지역의 한 사립대학교 신임 총장 취임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재단 이사장 가족도 참석했는데 당시 행사장 풍경에 관해 뒷말이 나왔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데도 이사장 가족 중 일부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였고, 자신은 미국인이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태극기와 애국가에 예를 갖출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한 교수는 “명색이 교육사업을 하는 집안인데, 인식 수준이 정말 실망스러웠다”며 씁쓸해 했다. 해외 이민이 진취성이나 추진력과 동일시되던 시절, 성공한 이민자들의 자부심은 한동안 하늘을 찔렀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이민이 최전성기를 이룬 건 1970년대다. 이 시기 재외동포 증가율은 1973년 10%, 1977년엔 15.3%를 기록했고 이런 추세는 198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대한항공이 김포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태평양 횡단 운항을 시작한 게 1972년 4월 19일이다. 이때 비행기를 탄 한국 승객 10명 중 6명이 LA 이민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2000년대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에서 한국인 출국자를 뺀 수치는 줄곧 순유출이었으나, 2006년부터 순유입으로 바뀌었다. 학업이나 취업 등을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엊그제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통계가 있다. 이민 증가율이다. 이민자 절대 수치는 미국(119만 명)이 최다였지만, 한국은 증가율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유입 이민자 증가율은 50.9%로 영국(52.9%)에 이어 두번째다. 2022년 한국으로 들어온 이민자가 5만7800명이었는데 2023년엔 8만710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경제 규모가 커져 외국인 취업 가능 업종이 다양해졌고 한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민 나갔다가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걸 역이민이라고 한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캐나다 교포 지인과의 대화에서 이 단어가 나왔다. 어렵사리 정착해 자녀 교육을 마치고 본인도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뤘는데도 역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이 요즘 워낙 잘 나가잖아.” 실제로 고국에 다시 돌아오는 영주귀국자는 2022년 1736명, 2023년 1742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 이민이든 한국인의 역이민이든 인구 절벽에 처한 한국을 다시 북적북적하게 만들 구원투수가 될 수만 있다면 우리로선 마다할 처지가 아니다.

강필희 논설위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