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노인과 바다’ 위기의 부산 자영업자, 생존법은?
‘노인과 바다’. 소설가 헤밍웨이의 유명한 작품명이 최근에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인 부산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청년이 일하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다 떠나 버리고, 청년이 문화생활을 즐기며 항상 북적이던 남포동이나 부산대 앞 거리의 상가는 텅텅 비어가고 있다.
이렇게 청년이 떠나간 항구도시에 노인과 바다만이 남았다.
의뢰인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의뢰인이 직면한 문제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개인에게 투영되어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정경제를 제대로 꾸려 가지 못하는 가장, ‘한때는 잘 나갔습니다’며 한숨짓는 식당 사장님,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중소기업 대표님까지. 의뢰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과 바다’의 문제이구나. 결국 ‘노인과 바다’의 문제를 해결해야 의뢰인의 문제도 해결되겠구나.
누가 있어 ‘노인과 바다’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부산으로 유입시키는 것은 정치와 정책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청년이 떠나간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현재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폐업을 고민하면서 ‘노인과 바다’ 탓을 하는 대신, ‘노인과 바다’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부산시는 ‘노인과 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상남도와 함께 부산·경남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광역경제권으로 성장시켜 수도권으로 이탈한 청년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상황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니 앞으로 잘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금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위기극복에 힘쓰자.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시 기본이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폐업 직전의 영세 사업체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비효율’이 눈에 띈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해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솔직한 견해이다. ‘구시대적’이라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좋아했을지라도 현재의 소비자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기존 방식을 고수하니 이 역시 잘 될 수가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니 뭐가 문제인지조차 모른다.
‘설빙’ ‘노랑통닭’ ‘컴포즈커피’… 모두 부산 출신의 유명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가 답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갈등, 최근 ‘배달의 민족’ 사태에서 불거진 것과 같은 플랫폼과의 갈등 문제도 있다. 다만,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면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첫째, 이익을 남기기 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한다. 아무리 매출이 많아도 비용이 많으면 이익이 남지 않는다. 줄줄 새는 비용을 찾아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둘째, 시대의 변화를 읽고 동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 기존 성공 방정식은 시간이 지나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 되는 동네 치킨집을 보면서 ‘은퇴하고 치킨집이나 차려야지’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은퇴할 즈음에는 어떤 치킨집이 잘 되려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셋째, 원재료의 매입, 매장의 운영, 직원 관리, 브랜딩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한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를 대신해 해줄 수 있는 여러 서비스가 이미 시중에 많이 있다.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사업체를 관리하자.
해운대 벡스코에서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가 열린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이와 같은 행사가 자주 열리니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 이미 창업을 했지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매출 감소로 고민하는 대표님들은 시간을 내 찾아가서 하나라도 더 노하우를 알아야 한다. 배워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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