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만성 직장통 - 이 불쾌한 통증은 무엇일까?
도대체 이 불쾌한 불편감은 왜 생겼을까?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 불편감에 대한 환자들의 표현은 다양하다. ‘묵직하다’ ‘뭔가 달린 느낌이다’ ‘꽉 찬 듯 빠지는 느낌이다’ ‘아프다’ 등 다양한 감각을 호소하며,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의 통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불편감은 환자마다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라, 진료실에서 눈물을 훔치며 괴로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 염증성 장질환, 항문 주위 농양, 치열, 혈전성 치핵, 전립선염, 미골통 등 명확한 항문·직장·골반의 구조적 이상 없이 직장 주위에 통증이 있는 경우를 기능성 직장통이라 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병증으로, 기능성 직장통의 의학적(로마) 기준은 30분 이상의 직장 통증이 만성적으로 반복될 때 진단할 수 있으며, 만성은 최소 6개월 전부터 시작해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하는 경우이다.
이 병증은 여성에 빈발하지만,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체 인구의 약 13%에서 경험한다. 통증은 간헐적, 반복적일 수 있고, 깊숙한 불편감을 호소하는 수도 있으며, 너무 아프면 옴짝달싹할 수도 없다.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서거나 누워 있으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환자들이 긴장으로 인해 항문 주위 근육의 경련과 압박감을 느끼며, 통증이 심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의사가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속 시원한 답을 내지 못하기도 하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도 일관된 소견을 듣지 못해 혼돈에 빠질 때도 있다.
기질적으로 문제를 쉽게 발견하기 어려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스트레스, 불안, 골반 근육의 과도한 긴장, 부적절한 자세 등이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골반 근육의 만성적인 긴장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치료도 어려워 대개 지지 요법으로 진행되며, 환자의 치료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 운동, 올바른 자세 및 건강한 식생활과 배변 습관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직장통에 명망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살펴보면, 이탈리아의 페스카토리는 ‘얼음’ 이론을 통해 90% 이상의 여성 골반 증상을 물 속 숨겨진 얼음 덩어리에 비유하여 변비, 변실금, 요실금, 직장통, 괄약근 기능 부전, 골반 장기 탈출 등의 증상이 서로 관련되어 순차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이론은 오래전 호주의 페트로스 등 저명한 의료진에 의해 ‘통합 이론’으로 정리되었으며, 이미 골반 신경 분야의 여러 연구와 검증을 통해 진단 및 치료에 진전을 보여 왔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상이 낮은 곳에 관심이 없어 의료 영역의 질적 불균형은 상당하다. ‘직장통’에 대해서는 최신 지식에 반하여, 많은 의사가 소화기 질환의 진단 기준으로 의지하는 로마 기준이 2016년 발표된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의료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창의적인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억제와 낮은 의료수익은 장벽으로 존재한다. ‘직장통’뿐만 아니라 변비, 변실금, 골반장기 탈출증 등 고령화로 인한 해당 질환 증가에는 포퓰리즘적 접근보다는 체계적인 국가 대책이나 가시적인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지지 요법에 반응하지 않을 때 현재 국내에서 가능한 직장통 치료법은 우선 약물치료이다. 진통제, 근육 이완제, 항우울제, 신경 작용 약물 등을 복합적으로 치료하면 꽤 효과가 있다. 물리치료 중 골반 근육 이완과 스트레칭 운동이 효과적이기도 하고 선진국에서는 이를 의사가 아닌 치료 전문가가 담당한다. 이 분야는 인기 직종이다.
반면에 국내 현실에서 이 분야에서 치료 전문가 양성이 어려운 의료수익 구조는 안타깝다. 근육 긴장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효과적이지만, 오랜 상담과 교육이 필수적이다. 또한, 장시간의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이해력,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꾸준한 인내와 자기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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