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주변 항만의 부침(浮沈)에서 부산항을 돌아본다

구자림 부산항만공사 글로벌사업단장 2024. 11. 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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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림 부산항만공사 글로벌사업단장

‘The Good Old Days’는 ‘좋았던 옛 시절’을 의미한다. 한때 국제 환적과 해상 운송의 중심이었던 일부 항만도 급변하는 해운 및 물류 시장 환경 속에서 흥망성쇠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세계 컨테이너 처리 규모에서 1위와 3위를 각각 기록했던 홍콩항과 대만의 가오슝항은 2023년에는 10위와 17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항만 간의 경쟁 문제가 아니라, 해운 시장 구조와 항만 경쟁력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산업 구조의 전환, 선사들의 기항 패턴 변화, 항만 인프라의 적기 공급 등이 물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항의 경우, 선전의 얀티안항과 광저우의 난샤항 등 인근 중국 항만들이 미주 유럽 아시아 간 직항 노선을 유치하면서 경쟁에 밀리게 되었다. 과거에는 주강(珠江) 삼각주에서 생산된 상품을 홍콩항으로 옮겨 환적해야 했지만, 이제는 중국 항만들이 하역 능력과 통관 절차를 대폭 개선해 화주와 선사들이 중국 배후 경제권과 더 가까운 중국 항만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 항만들은 대규모 자동화 터미널을 제때 구축해 하역 효율을 높이고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기항 조건을 향상시켰으나, 홍콩항은 일부 야드 크레인 자동화만 진행하고 전반적인 항만 인프라 개선 및 자동화로의 전환이 지연되어 경쟁력이 약화 되었다. 홍콩 물류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항만공사(Port Authority)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에는 다른 세계 주요 항만들과 달리 항만을 총괄하는 전담 공공 기관이 없고 홍콩특별행정구 내 해양국이 일상적인 관리만 담당한다. 홍콩 항만은 철저히 민간 자본으로 개발 및 운영되며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장기 전략 수립과 토지 임대, 안전, 항로 인프라 제공 등에만 관여한다. 국제 환적 중심지로서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2016년에 새로운 정부 조직인 해양항만위원회가 설립되었으나 자문 역할에 그치고 있다. 항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9년에는 홍콩항만연합이 출범해 9개 터미널, 24개 선석의 공동 운영도 시작했지만 항만 경쟁력 향상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대만 가오슝항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선박 통항이 많은 대만해협에 인접하고 유럽과 태평양 항로상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이 있지만, 중국과의 직항 금지 정책으로 항만의 성장과 발전에는 제약이 있었다. 2008년부터 중국 항만과의 직항이 가능해졌으나, 이미 상하이항과 닝보 저우산항 등 중국 대형 항만들이 급성장해 가오슝항의 물동량을 흡수한 상황이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공급망이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면서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과 베트남 호치민항 및 하이퐁항 등이 북미 노선을 확보하며 가오슝항의 물동량을 잠식했다. 거기에다 대만의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고 생산 기반이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되면서 항공 운송으로 대체되는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이 많아져 가오슝항의 물동량이 감소했다. 항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가오슝항은 신규 자동화 터미널을 개장하고 기존 터미널을 재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변 항만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홍콩항과 가오슝항의 사례는 부산항이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과제를 잘 보여준다. 지난 해 기준으로 세계 7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은 세계 2위의 환적 항만으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하고 있다. 주간 컨테이너 정기 노선이 287개에 달하며, 아시아에서 북미로 향하는 화물의 마지막 기점이 되는 항만인 고로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의 촘촘한 피더 노선을 활용해 북미로 출발하는 선박의 적재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 환경의 급변과 불확실성 속에서 부산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계속하려면 스마트 항만 인프라의 적기 구축과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또한, 글로벌 선사들과의 상시 협력을 강화해 부산항의 물류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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