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정년이’로 돌아온 여성국극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2024. 11. 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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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방영하는 화제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1950년대 여성국극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정년이'가 그것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정년이'는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정년이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한,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여성국극이 드라마 콘텐츠로 인기를 끌며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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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요즘 TV에서 방영하는 화제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1950년대 여성국극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정년이’가 그것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정년이’는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정년이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한,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여성국극이 드라마 콘텐츠로 인기를 끌며 재조명되고 있다.

1950년대 여성국극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정년이’.


조선시대의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이 판소리나 창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무녀나 기생처럼 직업으로 소리를 하는 경우를 제외한 양반집 규수나 일반 여염집 여성들이 남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던 시대였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를 보면 19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진채선을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명창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진채선의 이야기는 영화 ‘도리화가’로 개봉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여류명창의 활동에 포문을 연 것은 일제강점기로 창극과 유성기 음반이 대중화되면서 인기스타가 생겨나고 대중문화가 형성되던 시기라 할 수 있다.

여성국극은 한 시대를 풍미한 종합예술 장르로 판소리에서 파생된 무대에서 배역을 나누어 연기하며 부르는 음악극 창극과 그 형태는 같으나 구성원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다르다. 해방 후 우리나라 아악과 민속악을 국악(國樂)이라 통칭하듯 창극도 국극(國劇)이라 불렀다. 남녀혼성 창극과 구분되는 여성국극은 1948년 여성국악인으로 구성된 여성국악동호회의 ‘옥중화’를 첫 시작으로 ‘햇님과 달님’의 작품이 연이어 인기를 얻으면서 10여 년 동안 16개의 공연단과 180여 편의 작품들이 만들어질 만큼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여성이 남장을 하고 연기하는 이러한 제한된 성별로 구성된 예술작품이나 예술단체는 다른 나라에도 존재했다. 일본의 대중적인 고전극 가부키는 남자배우로 구성되었고,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극 경극 또한 남성 배우들에 의해서만 무대에 올려진다. 반대로 중국의 월극은 전원이 여성이고, 일본의 다카라즈카 가극은 배우 전원이 미혼 여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195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여성국극은 불과 십수 년 만인 1960년대에 급격히 쇠퇴하게 된다. 한국전쟁 후 미국 백인음악 유입과 미8군 부대 출신 가수, 고학력자 가수들의 대중가요계 진출 등 기존 음악과는 전혀 다른 서구스타일 노래를 대중은 수준 높고 세련된 노래로 받아들이게 되고, 1960년대 한국 영화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면서 여성국극은 대중문화의 흐름에서 멀어져갔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판소리는 1964년에 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여성국극은 그렇지 못했던 것도 여러 쇠퇴 요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한다.

전통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과 사회의 편견을 깨고 예술가로서 당당히 세상에 우뚝서려했던 여성국극 예인들의 노력과 예술성을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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