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허위정보 확산,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가 주도했다

윤유경 기자 2024. 11. 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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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동향] KPF미디어브리프 보고서, 美 대선 허위정보 분석
이민자들 겨냥 허위정보 쏟아져, AI·딥페이크 활용 범람
공화당, 허위정보 가담 훨씬 적극적…외국발 허위정보 급증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flickr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선은 어느 때보다 극단적 주제의 허위정보들이 널리 확산된 선거로 평가받는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를 활용한 각종 허위정보가 범람했는데, 이러한 허위정보를 확산시킨 주요 유포자들로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등이 꼽혔다.

이민자 겨냥 허위정보 쏟아져, AI·딥페이크 활용 범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5일 발행한 'KPF미디어브리프 2024년 10호' 보고서(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작성)에 따르면,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공화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민자들을 겨냥한 허위정보가 확산됐다. 지난 8월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가 지명되자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가 불법 이민자들이 미네소타 주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게 허용해 사전 부정행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거 명부에 등록하기 위해선 미국 시민권이 필요하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훔쳐먹는다'는 허위정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됐다. 한 스프링필드 주민이 페이스북에 “아이티인으로 추정되는 이웃이 자신의 고양이를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딸의 친구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된 허위정보는 오하이오주의 공화당 지지자들과 상원의원인 JD 밴스 부통령 후보, 트럼프를 통해 퍼져나갔다.

▲아이티 이민자들 관련 허위정보의 다양한 포맷. 사진='KPF미디어브리프 2024년 10호' 보고서 갈무리.

한 틱톡 계정은 “스프링필드에서는 이민자들이 고양이를 먹습니다”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변형시킨 것에 맞춰 트럼프 후보와 일론 머스크가 춤을 추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많은 공유가 이뤄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아이티 이민자들이 우리를 먹지 않도록 제발 트럼프에게 투표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삽입한 '동물 수호자 트럼프'의 이미지를 AI로 생성해 퍼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AI, 딥페이크를 활용한 허위정보가 범람했다. 한 유포자는 팀 월즈가 대선 직전 옛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거짓 주장을 위해 AI로 조작한 피해자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 영상은 X에서 5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AI 챗봇 '그록(Grok)'을 출시한 후엔 수많은 가짜 이미지가 퍼졌다. 가령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 그록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국민을 버렸다는 인상을 주는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됐다. 그 중 작은 소녀가 울면서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진은 약 8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트럼프 측은 바이든 정부가 기후재난 피해자 지원 기금을 불법 이민자들을 돕는 데 전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I로 생성한 가짜 이미지들.사진='KPF미디어브리프 2024년 10호' 보고서 갈무리.

그록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이미지 생성에도 사용됐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가 팟캐스트에서 “해리스는 공산주의자일 것”이라고 주장하자 '붉은 군복을 입은 공산주의자 해리스'의 이미지를 AI로 생성해 공유했다. '그녀의 당선이 미국 경제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해당 게시물은 84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트럼프도 트럼프 지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 이미지를 AI로 생성해 퍼뜨렸는데,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는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공화당 진영으로부터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일론 머스크·트럼프, 2024 미국 대선 허위정보 주요 유포자들

언론재단은 보고서에서 이번 대선의 주요 허위정보 유포자로 일론 머스크를 꼽았다. 언론재단은 “그는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들을 '수입'해 지지층을 키우기 위한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선거 조작 가능성을 주장했다”며 “7월14일 공식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온갖 종류의 허위정보를 유포했다”고 했다.

가령 머스크는 지난 9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애완동물을 먹고있다”는 트럼프의 거짓 주장을 X 계정에 공유해 폭력적 차별을 초래했다. 소셜미디어 감시 플랫폼인 비지브레인(Visibrain)에 따르면, 머스크의 리트윗 수는 선거 기간 동안 크게 증가했다. 언론재단은 “그는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계정들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이민 문제에 관한 허위정보를 확산시켰다.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민주당 및 언론과 협력해 이번 선거를 조작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선거 당일까지 퍼뜨렸다”며 “그는 그록을 활용해 수많은 딥페이크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 게시물들의 조회수는 1억3700만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친공화당 성향의 PAC(정치활동위원회)인 '미국미래건설(Building America's Future)'과 '미래연대(Future Coalition)'에 자금을 지원해 해리스에 대한 허위광고를 유포시키기도 했다. 미국미래건설은 해리스 캠프를 사칭해 총기 강제매입과 수압파쇄 금지 등 공약에 없는 정책 홍보 광고를 페이스북에 내보냈다.

▲해리스에 대한 상반된 메시지를 담은 '미래연대'의 정치광고. 사진='KPF미디어브리프 2024년 10호' 보고서 갈무리.

미래연대도 스냅챗,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에 수십만 달러를 지출해 교묘한 정치광고를 내보냈다. 언론재단은 “미래연대는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같은 주요 경합주에서 상반된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유권자들에게 송출했다”며 “무슬림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해리스를 이스라엘의 열렬한 지지자로 묘사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지칭하면서 그녀가 '수천 명을 학살한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물리치는 데 필요한 무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확산시켰다. 후보의 입장을 두고 상충되는 정보를 퍼뜨려 유권자들 사이에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허위정보 가담에 훨씬 적극적…외국발 허위정보도 급증

민주당측도 트럼프의 노쇠함을 조롱하는 합성물 등 AI를 이용한 이미지를 유포했지만, 공화당 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 매체 폴리티팩트(Politifact)에 따르면 트럼프의 발언 중 76%가 '거짓', '대부분 거짓', 또는 '심각하게 왜곡된' 정보로 분류된 반면, 해리스의 경우 47%가 '거짓' 또는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됐다. 또 다른 팩트체크 매체 리드스토리즈(LeadStories)는 두 후보자와 러닝메이트들을 대상으로 한 허위정보 목록을 정리했는데, 총 256개 중 3분의 2가 해리스 또는 팀 월즈를 겨냥한 허위정보였다.

외국발 허위정보도 급증했다. 특히 러시아는 광범위한 선거 방해 활동을 펼쳤는데,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월 러시아 정부가 선전 및 허위정보를 유포하기 위해 만든 32개의 인터넷 도메인을 차단했다. 언론재단은 “11월1일, X에서 자신이 아이티 이민자라고 주장한 이가 '조지아주에서 해리스에게 여러 차례 투표할 것'이라고 말한 영상 또한 러시아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와이어드(Wired)의 보도에 따르면 팀 월즈가 옛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허위정보도 러시아 선전 행위자들에 의해 기획되고 증폭됐다”며 “해당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선전단체 Storm-1516은 해리스가 2011년에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청소년을 불구로 만들었다는 조작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대선에서 허위정보가 미친 영향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케임브리지대의 심리학 교수 샌더 반 더 린든(Sander Van Der Linden)은 “허위정보가 선거에서 분명한 역할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이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잘못된 정보 속에서도 스스로의 의지로 다시 트럼프를 선택했다”며 “거짓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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