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순방 결산] 윤, '경제 무대' APEC서 북러에 공개 '경고장' … "격차 해소 기여" 중추국 부각
한반도 안보 당사국과 북러 대응 머리 맞대…APEC 연대 촉구
북 러 파병 환기…국제 규범 기반 공조·평화적 해결 공감대
페루 공식방문…방산·광물 등 MOU 체결 중남미시장 공략
[리마·서울=뉴시스]박미영 김지훈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 한반도 안보 관련 당사국인 미국, 중국, 일본 정상을 모두 만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불법적 군사협력에 경고장을 날렸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들에도 북러발(發) 국제안보 위기를 환기시켰다. '개방적 지역 경제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APEC에서 '안보' 메시지를 꺼낸 건 이례적이다.
한반도 안보 핵심 당사국으로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국제연대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이와 더불어 이번 정상회의 주제인 '권익 증진, 포용, 성장'에 맞춰 개발 격차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과 디지털 역량을 활용한 해법을 제시, 글로벌 중추국가의 면모를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31차 APEC 정상회의 공식 세션, 양자 정상회담, 소다자 회의, 기업인들과 만남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의장국 페루를 상대로 세일즈 외교도 벌였다.
윤 "시진핑, 北 문제 건설적 역할을"…한미일 "북러 규탄"
특히 한중정상회담은 북러와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이 한국 정상과 북러 군사협력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북러를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추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등판'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2년 만에 마주앉은 양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역내 안정 추구'라는 원칙에는 변함없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여러 도전에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협력에 대응해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 도모에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번영은 한국과 중국 공동의 이익"이라고도 했다.
나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군사적 도발과 러시아 파병 등이 "한반도와 역내에 불안정을 야기한다"면서 시 주석에게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양국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중국도 역내 정세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페루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포함해 세차례나 만나며 '핵기반' 안보동맹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또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북러 군사협력에 "강한 우려"를 함께 표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단합된 메시지를 내도록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도 북러 군사협력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세션1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논의하는 자리임에도, 북러 군사협력을 거론하며 "무모한 군사적 모험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PEC 정상들이 아태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발신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페루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선언에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세계 비확산 체제와 지역 및 세계 평화·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할 것"…세일즈 외교도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세션1 '초청국과의 비공식대화'에서 "자유무역과 글로벌 다자무역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APEC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차기 의장국으로서 '공급망 안정' 논의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격차 해소를 위한 혁신적 접근"을 강조하고,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연구와 액션플랜을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연결' '혁신' '번영'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3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공급망 연결을 통한 안정화, 디지털 연결성 제고, AI 표준 포럼 창설 및 안전연구소 설립,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 등을 실현 방안으로 제안했다. 또한 내년 APEC에서 무탄소에너지 서밋을 개최해 탄소중립 달성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 세션2 '정상 리트리트'에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 무탄소 에너지 도입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 스마트팜 기술 활용을 통한 식량안보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미래세대를 위한 'APEC 미래번영기금' 설립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세일즈 외교도 벌였다. APEC 정상회의 일정이 종료된 후 곧바로 진행된 페루 공식방문에서 방산, 광물 등 분야 총 8건의 MOU(양해각서) 및 문서가 체결됐다.
육군 지상장비 협력 총괄협약서, 해군 함정 공동개발 MOU, 공군 KF-21 부품 공동생산 MOU, 핵심광물 협력 MOU, 수산물 교역에 대한 전자증명서 사용에 관한 이행 약정, ICT 협력 MOU, 디지털정부 협력센터 운영 MOU, 관광 협력 MOU 등이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 체결된 3건의 협약은 페루를 넘어 향후 중남미 시장까지 'K방산'을 진출시킬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오늘 맺은 3개의 MOU는 방산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광물 협력 MOU에 관해서는 "기술 강국 한국과 자원 부국 페루가 상호 보완적인 공급망 협력을 심화해 나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브라질로 이동해 오는 18~19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jikime@newsis.com,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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