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은 이재명, 김건희는 김건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여야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며 당의 총력 대응을 예고한 반면,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국면을 반전시킬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 판결과 김 여사 의혹은 전혀 다른 사안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하여 민의를 왜곡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낙선자인데 허위사실 공표에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데다, 이 형량이 확정되면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가 봉쇄되고 434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반환해야 할 민주당의 충격이 크다. 16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도 “과도한 판결”이란 시민 불만이 표출됐다. 이 대표와 당은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지만 사법부 독립성 훼손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은 자중하고, 상급심에서 법리와 무고함을 입증하기 바란다. 나아가 원내 1당으로서 국회에서 정부 실정을 바로잡고 각종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주도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들뜬 표정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덕분에 수사가 가능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했지만 자신이 법무부 장관 때 ‘검수원복 시행령’을 만들었기에 수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야당·시민사회·비판언론만 먼지털기식 수사로 겨눈 검찰을 보며 한 대표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검수원복해서 김 여사 명품백·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는 면죄부를 줬는가. 윤석열 정부 검찰은 공정성과 최소한의 균형도 잃었고, 이제 국민은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 대표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판결이 김 여사 문제로 수세에 놓인 정국 상황을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대표 판결과 김 여사 의혹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다. ‘명태균 게이트’로 번진 김 여사의 공천·국정·인사 개입 의혹은 연일 새로운 내용이 폭로되며 확산하고 있다. 여당은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막고 강제수사권도 없는 특별감찰관으로 이 국가적 혼돈을 비켜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 여사·채 상병 사건의 진상을 묻어둔 채 국정과 협치와 신뢰가 제 위치로 회복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여당이 무기력함을 벗고 민심과의 거리를 좁히는 길은 특검 협상에 나서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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