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트럼프 복귀에 '흑자 고민'…"미국서 수입 확대" 제안

이종훈 기자 2024. 11. 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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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해온 타이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미국 석유 수입을 늘려 흑자를 줄이자는 제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17일 전했습니다.

연합보·경제일보 등 타이완 매체들에 따르면 양진룽 중화민국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입법원 보고에서 미국 재무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타이완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대해 "미중 무역 분쟁 이후 타이완의 대(對)미국 무역 흑자가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타이완이 일상적으로 대상국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2015년부터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합니다.

현재 평가 기준은 ▲ 150억달러(약 21조원) 이상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 중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됩니다.

타이완 중앙은행은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분야의 타이완 제품 수요가 늘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대미 무역 흑자 항목이 미국 정부의 검토 기준을 넘어섰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타이완의 대미 상품·서비스 무역 흑자가 570억달러(약 79조원), 경상수지 흑자의 GDP 내 비중이 14.7%에 달한다고 봤습니다.

양 총재는 "타이완은 미국의 에너지·농산품·군수품 등 상품 구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연합보는 이미 저가인 농산품은 무역 흑자 축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고, 군수품은 대만의 주문량을 미국의 납품량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에너지 부문의 수입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 에너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타이완으로선 미국산 원유를 더 사들이는 방안이 검토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타이완 행정원 역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미 무역 흑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원은 최근 국영 기업 타이완중유에 향후 원유 구매 계획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연합보는 전했습니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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