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로의 삼성… "JY 전면에" 급부상
연말 등기임원 복귀여부 이목
리더십 회복 히든카드 꺼낼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년 만에 등기임원에 복귀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연말 최고위급 인사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부문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대내외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어 위기 극복의 히든카드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에 대한 항소심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 극복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는 이 회장에게 선대 이건희 회장 리더십 같은 과감신속한 결단력을 대망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빠진 상태로, 전문경영인인 한종희 부회장이 대외적으로 대표이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경영구조다.
재계는 이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2심 제5차 공판이 끝나는 25일 이후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은 이 회장이 2019년 내려 놓은 등기임원의 복귀 여부다. 현재 삼성전자가 겪는 위기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강력한 경영 리더십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AI반도체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긴 상태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50% 이상 벌어졌다. 절대 강자였던 D램과 낸드 분야에서도 2위권과의 초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고, 대중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을 넘어 글로벌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주가는 지난주 4년5개월 만에 4만원 선까지 내려가 시장에서 바라보는 위기감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즉각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근본적 체제전환 없인 임시변통이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명분은 갖춰졌다. 삼성을 포함해 4대그룹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다는 명분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탈퇴했지만, 올해는 모두 회비를 납부하기로 하면서 재가입을 결정했다. 또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핵심 기업의 등기임원이 아닌 경우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와 관련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삼성이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등기임원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 2월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2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사실상 사법리스크는 모두 해소하게 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이 강력한 추진력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너경영은 단기성과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 발전이 목표인 만큼 장기 전략으로 그룹을 이끌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주요 대기업들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HD현대의 경우 정기선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내 리더십을 강화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직접 맡으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조선·방산 SOS'에 화답했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공고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북미지역을 총괄하는 호세 무뇨스사장을 첫 외국인 대표이사에 임명하는 등 미 정권 교체와 맞물린 대응 인사를 단행했다. 선대 이건희 회장은 그룹이 위기에 봉착하면 전면에 나서 타개했다. 이재용 회장도 이제 전면에 나서 건곤일척해야 한다는 위기 극복론이 힘을 받고 있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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