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울분 터진 ‘배달앱 상생 합의’ 갈 길 멀다[사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지난 14일 배달 수수료율을 낮춘 차등 수수료 방안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배달플랫폼 선두업체들의 수수료 인상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자영업자들은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배달플랫폼 선의에 좌우되는 상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지배적인 독과점 사업자의 횡포를 막을 국회 차원의 법·제도적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배달플랫폼 1·2위 업체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상생협의체 합의안에 따라 내년부터 향후 3년간 입점업체로부터 걷는 중개수수료를 기존 9.8%에서 거래액 상위 35%는 7.8%, 중위 35∼80%는 6.8%, 하위 80∼100%는 2.0%를 적용한다. 하지만 배달비는 최상위 구간에서는 500원 올라 3400원이 됐다. 배민은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점주의 65%는 부담이 완화되고, 일부 점주는 수수료 부담이 33%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수수료 인하·배달료 인상으로 배달앱 의존도가 높은 점주일수록 부담이 커지게 됐다. 그동안 점주 대표로 협상에 임한 4개 단체 중 2곳이 합의안을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재 입장에 있는 공익위원들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차선책’을 택해 이런 ‘반쪽 합의’가 나오게 됐다.
배달앱은 주문·배달의 편리함을 앞세워 시장을 점점 장악하다 이젠 독과점 업체가 자영업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게 됐다. 플랫폼 규모가 커질수록 각종 광고료 등으로 거둬가는 수익이 커지고, 자영업자는 이제 탈퇴하고 싶어도 못할 정도로 종속관계가 심화했다. 시장지배적인 독과점 사업자의 이런 횡포는 비단 배달앱뿐 아니라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빅테크 업체들에도 만연해 있다.
기술 발달로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거대 플랫폼 횡포를 막을 제도적 해법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공룡 플랫폼의 반칙·갑질 행위를 규제할 온라인플랫폼법은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입법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횡포에 대해 사전규제를 추진하다 업계 반발로 사후규제로 물러났다. 플랫폼 규제 입법이란 정공법으로 지속 가능한 답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선 안 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을 높이고 사회적 상생을 촉진할 입법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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