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안보 위해 ‘중국 레버리지’ 적극 활용해야

제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리마/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15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데 뜻을 모아 나가자”며 각각 방한과 방중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러시아 군사협력,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우리나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고도의 외교 전략이 절실하다. 정부는 그간 대립 구도를 벗어나 국익 차원의 ‘실리 외교’ 관점에서 대중 관계를 풀어나가길 바란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군사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 대해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도 역내 정세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온도차는 분명 있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또한 트럼프 복귀와 이에 따른 ‘관세 폭탄’과 디커플링 위협 속에서 중국도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해 접점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가치 외교’를 앞세우며 지나치게 한·미·일 일변도 전략을 추구했다. 전세계적인 신냉전 구도와 맞물려 한·미·일-북·중·러 대립의 첨병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한반도 안보를 위해 우리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험악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를 맞은 윤석열 정부는 그간의 외교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트럼프 2기에서 예상되는 미국의 대중 압박 상황을 오히려 한-중 관계 개선 계기로 삼는 묘를 발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에 한국이 나설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한반도 안보를 위해서라도 ‘중국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해 외교적 난국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