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공급제 폐해 눈덩이… 임금체계 개편 못하면 미래 없다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공급제(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제도) 중심인 한국의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노동연구원의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한 임금체계별 사회적 비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연공성은 유럽, 일본 등 비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나라들보다 높다. 이는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자동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이 높다는 뜻이다.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1년 미만 근로자의 4.4배이고, 근속 15∼19년의 임금도 1년 미만의 3.3배였다.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이 부각되자 국책연구원이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낸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급속한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로 1970~1980년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에 경제 및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요구되나 노동시장을 둘러싼 법과 제도 및 관행 등의 변화는 매우 더딘 상황이다. 만약 제도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보고서는 생산성과 인구증가율 구조가 예상대로 지속된다면 향후 GDP 대비 약 7%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연공급제를 유지한다면 추가적인 비용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적 비용을 100조원 넘게 추산했다.

과거 한국은 연공급제를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 인구구조상 연공급제는 정년 제도와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근로자들의 오랜 근속을 가능하게 했다. 인재·자본 축적을 돕는 제도로도 작동했다. 허나 지금은 연공급제의 유용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특히 청년 세대의 이직률을 극심하게 높게 만들고 있다. 조직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연차와 경력을 중시해 장기적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경향은 강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공급제 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낡고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한시가 급하다. 시대 변화에 맞춰 하루빨리 개혁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