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기업 구조조정과 공공부문의 역할

신중섭 기자 2024. 11.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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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분야를 보면 시장과 공공 부문 균형의 필요성이 잘 드러난다.

이 펀드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해 재기 또는 구조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구조조정 투자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숙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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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서울경제]

대한민국 헌법은 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한민국 경제체제가 시장경제 체제이면서도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국가의 개입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문제 해결에 시장만큼 효율적인 기구가 없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공공 부문을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면 독점·담합 등 불공정한 경쟁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공공 부문의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

기업 구조조정 분야를 보면 시장과 공공 부문 균형의 필요성이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기업 구조조정 제도는 크게 회생절차·워크아웃·자율협약으로 구분된다. 통상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절차가 공공 부문의 개입이 가장 강하고 채권단이 주도하는 자율협약이 공공 부문의 개입이 가장 적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은 각 제도의 장단점을 고려해 적합한 방안을 선택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IMF 외환위기 이후 하이닉스·LG카드 등 대기업부터 수많은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의 재기를 도왔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이 고도화하면서 채권자들이 다양해지고 금융기관 등의 리스크 회피 경향으로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에 제약이 생기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어려움은 가중돼왔다. 결국 구조조정 기업의 자금 조달을 시장에만 맡겨두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공공 부문의 조정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2018년부터 조성된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유치하고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정책펀드다. 자본시장 운용사들이 진입을 주저하는 기업 구조조정 시장 특성을 감안해 정책자금으로 조성된 기업구조혁신펀드가 50~60%를 출자한다. 투자 리스크를 낮춰 다양한 운용사들이 기업 구조조정 시장으로 진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재 4호 펀드까지 약 1조 9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5조 9000억 원 규모로 조성돼 4조 8000억 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했다. 앞으로도 5호 펀드를 포함해 2027년까지 3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8월 5호 자펀드(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할 위탁운용사 6곳을 선정했다. 1~3호 펀드는 한국성장금융에서 운용했지만 4호 펀드부터는 기존 중소·회생기업 프로그램과의 연계 강화를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용 중이다.

이 펀드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해 재기 또는 구조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구조조정 투자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숙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공공기관인 캠코가 운용하는 ‘자산 매입 후 임대(S&LB)’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공공 부문의 조정이 반영된 시장 중심 문제 해결 사례가 아닌가 싶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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