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률 높은 폐암…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 중요
5년은 '암'에 있어서 중요한 기간이다. 암을 치료한 뒤 5년 동안 재발하지 않을 때 보통 암이 완치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과 관련된 통계에서 '5년 상대생존율'은 큰 의미를 갖는다. '5년 상대생존율'이란 암 발생자와 동일한 연도, 성별, 연령인 일반인의 5년 기대생존율과 비교해 암 환자가 5년 생존할 확률을 말한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든 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42.9%에서 2017-2021년 72.1%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이 수치는 결국 암은 '큰 병'임에 분명하지만, 예전만큼 두렵고 절망적이기만 한 병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암을 치료하는 의학기술은 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를 한 해도 놓치지 않고 있는 폐암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12.5%에서 2017-2021년 38.5%로 증가했다.
◇조기 진단, 폐암 완치 첫 걸음
2019년부터 폐암이 국가 암 검진에 포함돼 조기 진단이 가능하게 된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지금껏 때늦은 암 진단이 폐암 사망률을 높인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폐는 감각 신경이 없는 장기여서 암이 생겨도 웬만해서는 통증을 못 느낀다. 또 폐 주변에는 모세혈관과 림프절이 많아 주위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도 잘 된다. 그렇다 보니 폐암 환자의 60%는 암이 많이 진행된 3-4기에 진단을 받고, 40%는 전이가 이뤄진 4기가 되어서야 암을 발견한다. 뇌로 원격 전이되는 경우도 잦다.
우리나라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조기인 1-2기에 발견하면 종양 절제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가에서 폐암 고위험군에 한해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민혁 건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폐암 검사가 시작된 뒤 조기에 폐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30%는 비흡연자이고 여성 폐암 환자의 90%가 흡연 경험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경우 폐암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4기에 진단을 받는다"며 "그러니 성별, 흡연 여부 상관없이 저선량 흉부CT를 통한 조기폐암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소세포폐암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 중요
폐암 치료에 있어서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은 표적항암제의 등장이다. 폐암은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조기 폐암 환자라도 30-40%가 재발을 한다. 그래서 수술 후 재발을 막는 보조항암요법이 중요하다.
현재 폐암 수술 후 표준 치료법은 백금 기반의 세포독성 항암제인데,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차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하는 약이라 부작용이 심하다. 백혈구 감소, 구내염, 구토, 탈모, 설사 등이 환자들을 괴롭히는 부작용이다.
효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수술 후 시스플라틴과 같은 백금 기반 항암제로 보조항암요법을 받은 환자의 5년 이내 재발 또는 사망률은 1B기 약 45%, 2기 약 62%, 3기 약 76%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표적항암제는 선택적 공격이 가능하다.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흔한 선암에선 폐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유전자 돌연변이 가운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가 주로 발견된다. 선암은 여성, 비흡연자, 한국을 비롯한 동양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폐암 종류다.
EGFR 돌연변이에 작용하는 표적항암제가 EGFR 억제제인데, 3세대 EGFR 억제제인 '오시머티닙'이 등장하면서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수술 후 오시머티닙을 경구 복용한 1B기-3기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무질병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위약군 대비 73% 감소시켰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수술 후 오시머티닙 복용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무려 88%로 나타났다.
◇초기 비소세포폐암 완치 가능성 높여
오시머티닙은 암세포만을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이기 때문에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다. 세포독성 항암제의 전형적인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임상시험 결과 장기 치료 기간 내내 일관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줬다.
오시머티닙은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받아, 2020년 FDA로부터 '완치 목적의 완전 절제술을 받은 초기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보조 치료를 위한 혁신 치료제'로 지정·승인을 받았다. 또한 2021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허가를 받아, 현재 수술 후 사용 가능한 유일한 EGFR 억제제다.
이민혁 교수는 "폐암이 사망률이 높은 암이긴 하지만 조기에 진단을 받아 잘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오시머티닙은 수술 후 암의 재발을 방지하고,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을 할 수 있는 병기에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검진에 힘쓰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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