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바이든·시진핑의 마지막 정상회담
신냉전 기류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에 다시 마주 앉아 현안을 논의했다. 그렇지만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해서 미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패권 경쟁이 본질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상호 협력보다는 충돌 심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의 중국 대표단 숙소 호텔에서 세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오후 4시께 두 사람은 악수와 인사말을 나눈 뒤 회담에 돌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두 나라는 경쟁이 충돌로 치닫게 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며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군 당국 간 소통 재개, 마약류 대응 협력, 인공지능(AI) 관련 협력 등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이룬 성과를 열거하며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대러시아 추가 파병을 막기 위해 북한과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서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적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평화공존'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미국은 막 대선을 치렀다"면서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쓴다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한다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파트너·친구가 돼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하고 서로 성취한다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대방을 라이벌·적으로 삼아 악성 경쟁을 하고 서로 상처를 입히면 중미 관계는 곡절을 겪거나 심지어 퇴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공급망 교란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국 강경책을 미리 견제했다.
이번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3번째 대면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지난 2022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회담을 했고, 작년 11월 APEC 회의를 계기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2번째 회담을 한 바 있다.
1년 만에 다시 열린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대면 정상회담은 두 정상 사이의 마지막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백악관 열쇠를 넘기고 퇴임한다.
이날 두 사람은 소통의 장을 가졌으나 한계도 명확했다.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나 디커플링 정책은 강화될 것이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5G ,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옥죄기가 본격화될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트럼프는 중국의 인권 문제, 특히 신장위구르와 홍콩 문제를 계속해서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의 지원을 더욱 강조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소통의 끈은 긴밀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미중 양국은 과거와 달리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공식적 대화 채널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소통을 통해 상대국의 이익과 입장을 인정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협력의 여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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