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칼럼] 추락하는 한국 증시, 프로야구 부흥에서 배워라

김화균 2024. 11. 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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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국장'하면 바보다." 나는 대한민국이 싫어요. 날개없이 추락하는 한국 증시의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문구다. 한국 증시는 나홀로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팔자'를 거듭하고, 국내 투자자도 미국 증시로 탈출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먹을 것 없는' 국장에 동학개미까지 서학개미로 변심하고 있다. 대체 투자처인 비트코인도 활황세다. 가상자산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장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거래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코스피에서만 1조8770억달러를 순매도했다.

결과로 나타난 성적표는 처참하다. 한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작년 말 2655.28(종가 기준)에서 지난 15일 2415.86으로 8.98% 떨어졌다. 코스닥 하락률은 20.90%(866.57→685.42)에 이른다. 주요 40개국 중 코스피보다 하락률이 높은 곳은 전쟁 중인 러시아 RTS지수 뿐이다.

국가대표 삼성전자는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4만전자'가 붕괴됐다. 삼성전자에 노후를 맡긴 '삼전개미' 424만명(상반기말 기준)은 아우성이다.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삼성전자가 반등은 했지만, 신뢰 회복은 난망이다.

잠시 야구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관중수 1000만명 돌파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프로야구도 상당 기간 현재의 한국 증시와 유사한 늪을 헤맸다. 1995년 540만명이던 관중수는 1998년 263만명으로 추락했다. 그 후 2000년대 중반까지 250만명선을 넘지 못했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일단 외환위기로 시장 자체가 침체됐다. 박찬호, 선동열, 이승엽 등 국내 빅스타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글로벌 무대에 선 국가 대표 야구팀의 부진도 한 몫했다. 스타의 부재에, '볼거리 없는' 경기에 팬들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으로 야구이민을 떠났다.

다행히 한국 프로야구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관중 수가 2008년 525만명을, 2016년에는 833만명을 넘어섰다.코로나 사태로 잠시 추춤했지만, 올 시즌 드디어 1088만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관중수를 기록했다.

스타 선수의 복귀와 치열한 순위 경쟁은 볼거리를 양산했다. 우리 야구계가 해외 기술과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경기력도 상승했다. 로봇심판(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도 큰 역할을 했다. 경기 속도가 빨라지고 공정성이 높아지면서 MZ들이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경기외적 경쟁력도 높아졌다. 신나는 응원문화에 야구룰을 모르는 여성팬까지 야구장을 찾으면서 야구장은 확실한 여가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야구 응원문화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졌다. MLB 개막 경기를 고척돔에 유치하면서 전 세계인에게 한국만의 볼거리, 한국만의 '온리 콘텐츠'로 각인됐다. 야구 직관 관광, 파생상품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 증시의 침체 원인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2기 트럼프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증폭된 불확실성의 탓이 크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가 직면한 공통적 약점이다. 하지만 한국만의 취약성 때문에 한국 증시는 유독 그 충격파가 크다.

우선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 속에 내수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어두운 앞날은 투자자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표만 좇는 정치와 정책은 한국 주식시장을 우물 속에 가뒀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글로벌'을 외치지만, '한국은 예외'로 들린다"고 털어놨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증시가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지만, 한국 시장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즉 '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구와 주식시장을 병렬 비교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하지만 체질 개혁에, 공정성(투명한 지배구조 등) 확보, 그리고 매력적인 상품(기업 경쟁력), 즐길거리(주주환원 등)가 뒷받침 된다면 주식시장도 프로야구처럼 부흥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어철이다. 가을 전어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한다. 서학개미들과 외국인을 국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해법은 나와있다. 실행이 문제다.

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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