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덮친 통화 녹음 공포증 [유레카]

최혜정 기자 2024. 11. 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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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통신비밀보호법(제14조)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통화 녹음으로 가장 크게 '유명세'를 치른 인물은 김건희 여사일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앞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 모임에서는 통화 녹음 방지 기술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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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통신비밀보호법(제14조)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에서 통화 녹음이 합법 행위라는 근거다.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주요 사건에는 어김없이 통화 녹음이 등장한다.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선 최순실씨가 국무회의 내용에 관여하거나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관련 지시 등 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이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수사의 출발점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휴대전화에 저장된 3만여개의 통화 녹음이었다.

통화 녹음으로 가장 크게 ‘유명세’를 치른 인물은 김건희 여사일 것이다. 그는 2021년 8월부터 6개월 동안 ‘서울의 소리’ 기자와 53차례에 걸쳐 7시간 넘게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곤욕을 치렀다. 최근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대통령까지 통화 녹음의 ‘덫’에 걸리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경계심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앞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 모임에서는 통화 녹음 방지 기술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고 한다.

그간 통화 녹음 규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상대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가능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공익 제보 위축 등의 비판이 제기돼 발의 두달 만에 철회했다. 2017년 김광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용자가 통화 녹음을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내용의 ‘통화녹음 알림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채 폐기됐다.

현재로선 ‘모든 통화는 녹음된다’고 여기며, 알아서 ‘말조심’하는 것이 혹시 모를 낭패를 막는 최선의 방책인 셈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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