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중소기업에 AI는 별나라 얘기

대기업은 AI 도입 열풍인데
중기 "돈도 없고 도움 안돼"
만성적인 인력난·低생산성
AI로 개선한 성공사례 다수
중기 맞춤형 지원책 마련을

온 세상이 인공지능(AI)으로 난리다. AI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기존 산업, 특히 제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압축 성장을 했던 한국 경제는 과거와 다른 성장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DX)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인공지능 전환(AX) 시대가 왔지만 한국 경제 중심축인 중소기업의 AI 활용도는 참담한 수준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AI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5.3%, 향후 도입 의사가 있는 기업은 16.4%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80.7%)은 AI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14.9%는 AI가 경영에 어떤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고 했다. AI 도입과 유지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도 4.4%였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반 중소기업은 AI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실제 효과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입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관리는 누가 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비용과 인력이 항상 부족한 중소기업에 AI는 별나라 얘기인 셈이다.

반면 대기업은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38%가 생성형 AI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 방위산업, 화학을 비롯한 제조업이 AI를 적극 도입해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자체 AI 개발은 물론, 총수가 직접 나서서 전문 인력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시대의 중요한 의제인 AI 기술에서마저도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양새다.

만성적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의 AI 도입은 필수다. 생성형 AI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의 조선 기자재 중소기업 A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설비 고장이나 성능 저하를 사전에 예방하고,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A사 관계자는 "수율 향상과 인건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는 개인 업무 혁신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류 중소기업 B사의 직원들은 생성형 AI 도입을 통해 주문, 재고 관리는 물론 전표 입력, 계약서와 보고서 작성 같은 일상 업무를 모두 자동화했다. 통상 8시간 걸리던 업무를 AI의 도움을 받아 단 1시간이면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직원들은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AI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AI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고,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과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AI가 만성적인 인력난과 낮은 생산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우선 중소기업이 예산, 마케팅, 고객관리 같은 경영지원 업무부터 AI를 도입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경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업종 내 우수사례와 활용방법을 중소기업에 제공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AI 도입을 위해 필요한 지원책으로 금융·세제 지원에 이어 '유사한 업종의 성공사례'를 꼽았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먼저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악화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 AI 솔루션 지원책을 마련하고 맞춤형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AI 리터러시'마저 뒤처진다면 양극화를 해소할 기회는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고재만 벤처중소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