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덮치는 기후변화의 속도 [김형준의 메타어스]

한겨레 2024. 11. 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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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1994, 2018년과 함께 우리나라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한해로 기록되었다.

올여름 우리가 경험했던 폭염은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8월에 발생한 해양열파는 세달이나 지속되었고 우리나라의 양식업은 2018년에 이어 최악의 피해를 보았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지속 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위해 더 이상의 지체 없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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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긴 여름 탓에 사과가 붉게 착색되지 않거나 너무 강한 햇볕에 덴(일소증상)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과는 매달린 채 썩는다. 경북 문경의 한 사과밭.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2024년은 1994, 2018년과 함께 우리나라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한해로 기록되었다. 무자비할 정도로 더웠던 여름날의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이 벌써부터 내년 여름의 더위를 궁금해한다. 1994년의 여름이 다시 오는 데 24년이 걸렸으나 2018년의 여름이 다시 오기까지는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년에 우리가 겪게 될 여름이 올해보다 더 가혹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다만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높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더위가 인간의 쾌적한 삶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이다. 모든 생물종은 특정 온도 범위 내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각 생물은 진화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기후 환경을 찾아냈고, 그 환경에서 생존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 한계온도를 넘어서게 하고 있다. 많은 생물종이 온도 상승의 압박을 피해 적응 가능한 서식지를 찾아 더 높은 위도나 고도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육상생물은 10년마다 17㎞, 해양생물은 72㎞의 속도로 북상 중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속도가 이들의 이동 속도를 초과하면서 많은 생명체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조용히 덮쳐 오는 기후변화의 쓰나미에 도망치는 속도가 느린 존재부터 차례대로 휩쓸려 나가고 있는 꼴이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육지에서는 20%, 바다에서는 32%의 생물이 멸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관계는 단순한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우리의 식량 생산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해양 생물들은 온도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나 오징어는 동해에서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하며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대신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의 야마구치현은 복어로 유명하지만 최근 어획량이 급감해 많은 어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반면 북해도는 과거 10년 동안 복어의 어획량이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지역 문화 측면에서 익숙한 음식이 아니고 독을 제거하는 기준과 자격에 대한 제도가 미비해 고급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온난화가 진행되더라도 먹거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큰 오산이다. 올여름 우리가 경험했던 폭염은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양열파’(marine heatwave)는 바다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이 일정 기간 지속하는 현상으로 해양 생태계와 어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올해 8월 서해와 동중국해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무려 2.7도와 1.9도가 높아 과거 30년 중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었다. 8월에 발생한 해양열파는 세달이나 지속되었고 우리나라의 양식업은 2018년에 이어 최악의 피해를 보았다. 5천만마리에 달하는 양식어류가 폐사했고 그 피해액은 6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과가 경북에서 강원도로 이주하고 있고 배추가 태백산맥을 오르고 있듯 양식장도 북으로 이동해야 할지 모른다. 다만 우리나라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뒤로 기후변화의 쓰나미가 밀려들고 앞으로 군사분계선이 가로막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지속 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위해 더 이상의 지체 없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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