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1차 관문부터 ‘위기’…정국 여파 주시하는 야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 첫 관문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판결에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고, 야권의 대여 공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지난 15일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는 이 대표가 받는 형사 재판 4개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1심 판결이다. 이번 판결이 향후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항소심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무죄를 전망해온 한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문제가 있는 판단인 만큼 항소심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판결에 상관없이 기존의 민생정책 중심 행보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전날 열린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이재명(친명)계는 “이번 판결이 가져올 여파는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법원이 이 대표에게 과한 판결을 내렸다는 공감대가 (향후) 민주당 의원과 당원 사이에 형성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를 옹호하는 등 당내 단일대오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주도해온 대여권 공세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공세가 자칫 이 대표 흠결을 덮기 위한 목적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으로 코너에 몰렸던 여권에는 숨통이 트일 계기가 생겼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키워 여권 문제를 덮을 기회를 잡은 것이다. 대통령실을 향해 쇄신을 요구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과 보복을 막아내겠다”며 이 대표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여당은 당내 충돌을 자제하고 이 대표를 타깃으로 한 대야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이제 시작이란 점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오는 25일 예정된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위증교사 사건을 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더 무겁게 보는 기류가 강했다.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해서도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충격은 배가될 수 있다. 이밖에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 혐의 등에 대한 재판도 이어진다.
이번 판결이 곧바로 민주당 대권주자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이번 판결로 상처가 났다고 해서 다른 차기 대선 주자를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누가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2심과 3심이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당을 흔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의 흐름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대표의 대선 후보 선호도나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가 나타난다면 혼란은 심화되고, 이 대표를 대체할 대안 주자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될 수 있다. 특히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신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부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대안으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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