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승리에 과학자들이 환호한 이유는 [★★글로벌]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4. 11. 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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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대선서 승리한 바이든
과학예산 배정 때 ‘DEI’ 적용
연구자 ‘실력’보다 ‘다양성’ 중요
무리한 진보정책에 질린 과학계
“정부효율부가 수술해야” 호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방만재정과 비효율, 규제 혁파 과제를 수행하게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다양·형평·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DEI)은 이제 그만!”

도널드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을 마주한 미국 과학계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진보주의 정치가 과학계에 설치한 ‘DEI 협약’의 족쇄를 새 트럼프 행정부가 제거해달라는 호소입니다.

이들은 미국 과학의 발전을 방해하는 규제이자 비효율이 바로 DEI라며 전면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체 ‘다양·형평·포용성’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는 무슨 연유로 과학자들을 화나게 한 것일까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정부의 예산 낭비와 비효율, 규제 개혁을 약속하며 이를 추진할 주체로 혁신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하자 과학계는 제거할 비효율로 DEI 협약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이론물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로렌스 크라우스가대표적입니다.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일론 머스크 CEO에게 “일론, 제발 과학 기금에서 DEI를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연구 지원금에서 DEI 협약을 퇴출시키라는 미국 인론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의 최근 엑스(X) 게시물.
국민들이 땀 흘려 번 돈에서 낸 귀중한 자원인 세금이 과학 기금에서 엉터리 같은 DEI 협약에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이었죠.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DEI 협약을 공공기관들이 준수하도록 조치합니다.

그런데 정부 심사를 거쳐 연구 자금을 지원받는 과학자들에게 DEI는 날벼락 같은 규제였다고 합니다.

오로지 ‘능력’ 위주로 유능한 연구자 그룹을 구성해 정부 심사를 받아온 과학계 전통과 달리 DEI 협약이 강제되면서 연구자 그룹 중 흑인과 아시아계 등 인종적 다양성이 높아야 가산점을 얻어 정부 기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쉽게 말해 바이든 행정부의 DEI 협약 규제로 인해 연구자 그룹을 모집할 때 ‘실력’보다 ‘인종 요소’를 더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연구 프로젝트 과정에서 DEI 관련 전문가를 고용해 조언을 받아야 하는 부담까지 생겼습니다. 한정된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쓰는데 이 중 일부를 고액의 DEI 전문가 교육·컨설팅 비용으로 쓰게 된 것이죠.

크라우스 박사는 “35년 이상 연방 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과학자로서 나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자금 사정이 얼마나 빠듯한지 잘 알고 있다”며 새 정부가 부디 DEI 관련 예산 낭비 요소를 제거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연방 예산에서 NSF의 과학지원 예산이 8% 삭감됐는데 DEI 프로그램의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제거해도 이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법철학자인 로버트 P. 조지 프린스턴대 교수도 대선 기간 중 ‘과학 기금의 무자비한 정치화’라는 기고문에서 DEI 문제를 정면 비판했습니다.

DEI를 비판한 법철학자 로버트 P. 조지 프린스턴대 교수 <사진=robertpgeorge.com>
오랜 기간 검증된 과학 기금의 심사 기준이 ▲연구 프로젝트의 가치 ▲연구자 실적 ▲기관의 사명과 일치 여부 등이었는데 DEI 협약 부담이 발생하면서 미국 과학 연구의 세계적 성과와 평판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DEI는 고상한 목표를 의미하지만 적나라한 이념적 근거로 차별적 프로그램이 정당화되고 과학 발전을 오히려 저해한다”고 염려합니다.

최고의 과학적 아이디어가 아닌, 인종적 정체성이 ‘형평과 기회균등’이라는 이념적 가치와 만나 미국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DEI 협약이 적용되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혁신적 신경기술 발전을 통한 뇌 연구’ 사례를 거론하며 “이는 연구자들의 인종적 다양성은 물론 연구 모집단에서도 인종적 다양성을 요구하는 방식”이라고 탄식합니다.

DEI 가치를 확산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가 현실을 무시한 관료적 사고와 만나 연구 성과를 오염시키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지난달 미국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는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주도로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만2918개의 연구과제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과학 지원금의 DEI 협약 영향을 분석한 미국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 보고서. <이미지=테드 크루즈 의원실>
놀랍게도 3483개 과제가 DEI 협약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에 승인된 정부 예산은 20억5000만달러(2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DEI 협약의 무효화를 촉구하며 이렇게 당부합니다.

“전미과학재단은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미국 기술 산업을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과학을 가치 중심의 연구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진보 과학계 “순수 능력주의 개념은 허구”라며 “수많은 연구에서 다양한 인적 구성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합니다.

젊잖은 과학계에서 분출되는 이 같은 분열 양상을 보더라도 올해 미국 대선은 민주당에 대한 ‘경제 심판론’ 못지않게 ‘진보이념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한 것 같습니다.

과학계의 다양성 이슈를 표현한 이미지. <출처=세계경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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