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家, 경영권 분쟁 격화…소액주주 표심 어디로?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가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주주들을 향해선 '가족 간 화합'을 외치지만, 법적 고소·고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동국, 송영숙, 임주현 등 3자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시 주총을 위한 주주 설득 과정에서 3자 연합 측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고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3인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돼 부득이 형사고발을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 내용에는 '국민연금도 3인 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 한다' 등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주주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들이 확인됐다"며 "정당한 주주 관리와 주주총회 운영·진행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자 연합 측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는 독재 경영이라고 반박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및 사내이사를 한미사이언스가 형사고발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이며, 따라서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판단된다"면서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형제 입김에 좌우돼 불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독재경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3일에는 임종윤 사내이사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가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 같은 기부행위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현재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형제 측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회신이 이뤄질 때까지 운영비 지원을 보류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도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적 있다며 고발이 '자폭'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송 회장의 공헌과 헌신을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몰랐을 리 없는데,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인 송 회장을 고발했다 하니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먼 욕심 앞에서 비정함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는 대표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4일 보유 주식 105만주를 거래시간 마감 후 장외거래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줄었다. 다만 오는 28일 임시 주총에서 행사할 지분율(9.27%)에는 영향이 없다.
임 대표는 "송영숙 회장이 지난 2022년부터 임종훈 대표로부터 296억원을 대여했으나 아직 이를 변제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점도 주식 매각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송영숙 회장은 같은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오늘 장남은 모친을 고발했고, 차남도 모친을 고발하고 채무불이행자로 만들었다"며 "참담하다. 아들을 잘 키우지 못한 제 잘못으로, 주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불이행은 사실과 다르다"며 "아직 변제기한이 다가오지 않았고, 변제 방법과 시기에 대해 계속 협의 중인 상황에서 언론에 먼저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에게 부과된 상속세 중 자녀들 몫 일부를 제가 대납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했어야 하는 자금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색됐던 제 사정을 알고 그 일부를 차남이 도움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지분)을 물려받고도 본인의 사정 때문에 어머니를 주주들 앞에 세워 망신을 주고 있어 참담하다"며 "어머니인 저를 이렇게 공격해 남는 것은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두 아들은 자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소액주주들은 창업주 일가의 분쟁으로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경영 정상화 방안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대주주 3인 연합 측이 48.13%, 형제 측이 29.07%를 차지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전체 지분은 23.25%로, 임시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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