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배울걸” 바이든의 후회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1967년 7월 캐나다를 방문한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퀘벡주(州)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로 “자유 퀘벡 만세”를 외쳤다. 18세기 프랑스와 영국은 캐나다 영유권을 놓고 전쟁까지 벌였다. 1763년 싸움에서 최종적으로 이긴 영국이 캐나다 전체를 집어삼키며 프랑스계 주민이 많이 살던 퀘벡도 영국령이 되었다. 그러니 드골의 ‘자유 퀘벡’ 운운이 캐나다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건 당연했다. 영국계 주민이 주류인 캐나다에서 프랑스 색채가 짙은 퀘벡이 분리돼 새 독립국이 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농후했던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드골은 수도 오타와 방문 일정을 취소한 채 프랑스로 돌아갔다. 사실 드골의 돌출 발언과 상관없이 캐나다 정부는 퀘벡에 주로 거주하는 프랑스계 시민들의 마음을 얻고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캐나다를 영국·프랑스 두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가꿔 온 것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퀘벡에선 영어를 못해도 프랑스어만 할 줄 알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캐나다, 스위스 같은 다언어 국가와 달리 미국은 영어가 사실상 국어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국 내 히스패닉·라틴계 주민이 점차 늘어나면서 스페인어의 비중도 그만큼 커지는 모습이다. 오늘날 3억4000만명이 넘는 미국 인구 가운데 약 5분의 1이 히스패닉·라틴계 주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히 스페인어가 미국에서 영어 다음으로 널리 쓰이는 언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스페인어 사용자들은 스페인어권 국가인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주에 특히 많이 산다. 이들 주는 스페인어를 영어와 대등한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관공서 서류나 주민들에게 발송하는 공문 등에 영어와 스페인어를 병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오래 거주했다는 어느 한국인은 “마트 등 어디를 가든 백인보다 훨씬 많이 보게 되는 인종이 히스패닉·라틴계”라며 “주변에서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들릴 때가 더 많다 보니 ‘미국 오기 전 스페인어를 공부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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