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행방불명 중인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22명은 어디에?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사고 원인·실종 선원 행적 등 여전히 미스터리
(시사저널=정락인 객원기자)
국내외 해역에서 해양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간 다른 나라의 해역에서 일어난 해양사고는 2868건이다. 이로 인해 사망자 166명, 실종자 160명, 부상자 333명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안전사고가 가장 많았고, 충돌사고, 침몰사고, 화재·폭발사고, 전복사고가 뒤를 이었다.
이 중 2014년에 발생한 어선 '2013 대경호'와 일반화물선 '구오싱1'의 충돌사고는 사망자 27명, 실종자 26명을 기록하며 최근 10년간 최악의 사고로 꼽혔다. 가장 미스터리한 사고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이다.
2017년 3월26일 (주)폴라리스쉬핑 소유의 14만 톤급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브라질 구아이바항을 출발해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로 향한다. 원래 선박의 국적은 마셜제도였으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으로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운항해 오고 있었다.
선사의 늑장 대처와 성과 없는 수색작업
출항 5일째인 3월31일 오후 11시20분쯤(한국시간)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을 지나던 스텔라데이지호에서 폴라리스쉬핑에 긴급 메시지가 들어온다. 카카오톡으로 "긴급 상황이다. 본선 2번 포트에 물이 새고, 긴급하게 기울고 있다"고 다급한 상황임을 알렸다. 약 5분 후에는 연락이 두절됐고, 그사이 배가 침몰하며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당시 스텔라데이지호에는 선장·기관사·항해사 등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6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타고 있었다. 선사의 늑장 보고로 정부는 침몰 사실을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외교부는 침몰 13시간 만에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가동했고, 침몰 해역에 수색선과 항공기도 한참 후에야 도착했다. 관계부처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16시간이 지난 후에야 폴라리스쉬핑의 연락을 받았다. 선사는 실종자 수색보다는 영업에 손실이 있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배가 침몰한 후 우루과이 해경과 미군 등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사고 24시간 만인 4월1일 구명벌(천막처럼 펴지는 둥근 형태의 구명보트)에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2명이 인근 해역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에 구조됐다. 나머지 22명의 실종자도 구명벌에 타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구명벌에는 비상식량과 낚시도구, 응급의료장비 등 생존장비가 탑재돼 있는 데다, 현지에 종종 비가 내려 식수가 보급되기 때문에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했다.
4월9일 미 해군 초계기가 바다 위를 촬영했는데, 여기에 구명벌로 보이는 사진이 찍혔다. 미 해군은 우루과이 해경을 통해 우리 정부에 공문을 보낸다. "1차 수색으로 오렌지색 구명벌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는데, 기름띠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현재 확인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외교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 "오늘 밤 사진을 확보할 예정이니, 내일 공개하겠다"고 했다. 구명벌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던 가족들은 "살았다"며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미군의 공문 내용을 접수한 폴라리스쉬핑은 다음 날 해당 사진에 대해 "구명벌이 아닌 기름띠로 확인됐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대다수 언론이 선사의 말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 구명벌은 기름띠 사진이 돼버렸다. 정부가 구명벌인지 기름띠인지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름띠로 확인된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외교부 또한 해당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기름띠라고 발표해 실종자 가족들은 땅을 치며 오열했다.
블랙박스, 수거 과정에서 훼손돼 복원 실패
수색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문제였다. 수색작업에 앞서 실종 선원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류 분석이 필수적이다. 구출된 필리핀 선원들이 탄 구명벌이 발견된 곳은 사고 지역과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다.
바다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해류의 흐름과 시간 등을 가정해 선원들의 위치를 찾아야만 수색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었다. 가족들이 사고 초기 정부에 해류 분석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관련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우루과이 해역 해류 분석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1년은 걸린다"며 해류 분석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서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1년이 걸린다'던 해류 분석은 단 3일 만에 나왔다.
당시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해류 좌표와 미 해군 초계기가 구명벌로 추정한 물체를 발견한 지점이 거의 일치했다. 해수부가 실종 선원들을 찾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발생 한 달 후 선사는 수색 축소와 가족들이 머물고 있던 상황실 폐쇄를 통보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날인 2017년 5월9일 외교부도 선사가 요청한다며 일방적으로 수색 종료를 통보했다.
선사가 계약한 구조선 2척이 철수했고, 외교부는 집중 수색을 중단하고 침몰 해역을 지나가는 선박들이 실종 선원과 물체를 찾아보는 '장기 수색' 체제로 전환했다. 사실상 수색에서 손을 뗀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선사와 외교부가 서둘러 수색을 끝내려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가족들은 '1호 서한문'을 전달했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와 수색 연장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명단이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1호 민원'이었다.
청와대는 관계 부처에 수색선 1척 긴급 추가 투입 등 수색과 구조에 필요한 종합적 조치를 지시했다. 정부는 이 조치에 따라 6월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던 싱가포르 국적 2400톤 선박을 사고 해역으로 출발시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실시한 표류예측시스템 시뮬레이션 결과 선원의 표류 가능성이 있다고 설정된 수색 구역은 배가 침몰한 남태평양 해역 내의 가로 300km, 세로 220km, 총 2만8600㎢ 정도의 해상이다. 대략 세 척의 배를 수색에 활용해 약 22일에 걸쳐 수색할 수 있는 구역이다. 해수부는 이를 토대로 침몰 지점 인근 해역 3만㎢에 대한 수색을 벌였지만 구명벌 등 실종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7월11일 해수부는 침몰 해역 인근에서 실종자 수색을 벌이던 정부 수색 선박과 선사 수색 선박의 수색 종료를 선언했다. 정부가 사고 해역에 투입한 수색 선박의 계약 기간이 이날 종료되면서 내린 조치다.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투입한 수색 선박도 이날 함께 철수했다.
수색 결과는 초라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는 구명조끼·방수복·구명튜브 등 물에 뜨는 물품 약 100여 개가 있었다. 그런데도 두 번의 수색작업 끝에 발견한 것은 구명조끼 2개와 배에서 나온 물품 몇 개가 전부였다. 수색 구역 설정을 제대로 못 했거나, 수색을 제대로 안 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해를 넘겼다. 2018년 새해가 시작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첫 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하며 "사고 원인과 실종자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정부가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10만1492명의 국민 서명도 함께 보냈다. 같은 해 12월28일 외교부는 미국의 해양탐사업체 오션인피니티와 심해수색을 위한 용역을 체결한다. 참사 2년 만인 2019년 2월8일 실종자 가족 일부와 국내 전문가들이 심해수색 선박인 시베드 콘스트럭터호에 탑승해 사고 해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수색에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투입해 선교와 선체 잔해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에 장착된 2개의 블랙박스(VDR/항해기록저장장치) 중 1개를 수거했고, 선체 파편물 주변에서 실종자의 유해인 뼛조각 일부와 오렌지색 방수복을 발견한다. 하지만 오션인피니티는 "유해 수습은 계약에 없다"면서 추가 작업을 하지 않았고, 심해수색 선박도 철수시킨다.
정부는 유해 수습 등을 위해 오션인피니티와 협상에 나섰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된다. VDR 분석을 통해 침몰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수거 과정에서 데이터칩이 훼손돼 복원에 실패한다. 유해 수습을 위한 추가 수색이 이뤄지지 않아 실종자 추정 유해는 심해 3400m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
아직까지도 승선원 24명 중 22명 실종 상태
지금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제기됐다. 가장 유력한 것은 선박 노후로 인한 사고다. 스텔라데이지호는 1993년 일본에서 유조선으로 건조된 길이 311.89m, 선폭 58m, 적재 중량 26만6141톤 규모로 축구장 약 3배 크기다. 폐선 위기에 있던 것을 폴라리스쉬핑이 사들여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한 뒤 2009년부터 화물선으로 운항했다.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은 "(출항 전부터) 일등항해사는 우리 배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배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배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항해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며 "배 중간에서 마치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배가 쪼개졌다. 배 밑부분이 V자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개조한 노후 선박을 제대로 된 안전 관리 없이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운항하면서 선체가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해양에서 일어난 선박사고를 조사해 원인을 규명하고 처분을 내리는 기관이 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이다. 2023년 12월5일 부산지방해심원은 선사의 불법행위와 안전관리 소홀이 침몰 원인이라고 재결(선고)했다.
해심원에 따르면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가 건조한 지 25년 된 노후선박인데도 유지·보수와 안전관리에 소홀했다. 또한 배 바닥에 승인되지 않은 장치를 설치하고, 선체 구조에 변형이 생겨 수리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변형 부위만 고쳤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화물을 실어 배가 침몰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월 부산지방법원은 과실선박매몰·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에게 1심에서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각각 금고 2년이 선고됐다. 선사와 검찰 모두 항소하면서 법정 다툼은 이어지게 됐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7년이 됐지만 정확한 침몰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실종 선원들의 시신이나 유해가 수거되지 않아 이들의 생사 또한 불투명하고, 7년째 실종 상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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