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 “김건희 여사와 소통한 적 없어”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제작·보도 독립성 보장을 위해 마련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대담을 진행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한 것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후보자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임명동의제는 내용적으로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고, 절차적으로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흠결이 있다”며 “위법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면서 노조와 성실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 청문회는 18~19일 이틀간 진행된다.
임명동의제는 노조 조합원 과반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수 동의를 충족하지 못하면 사장이 통합뉴스룸국장(옛 보도국장) 등 주요 보직자 지명을 철회하는 제도로, KBS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다. 박민 현 사장은 지난 1월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요 국장 5명을 임명해 언론노조 KBS본부의 반발을 불렀다. 박 후보자가 박 사장과 마찬가지로 임명동의제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방송 독립성 보장 의지가 부족하다는 노조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시사교양국을 사실상 폐지하고 기술본부를 대폭 축소하는 조직개편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조직개편안을 시행도 해보지 않고 번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KBS 제작1본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시사교양 PD 16명과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은 조직개편안에 반발해 보직사퇴한 바 있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로 표현해 비판을 받았던 박 후보자는 “파우치나 백 모두 가방을 지칭하는 용어로 외신들은 디올 파우치 혹은 디올백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파우치나 백 둘다 사용 가능한 용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23일 KBS 사장 지원자 면접에서 언론은 특정 제품을 생필품과 사치품 두 가지로 구분하기 때문에 사치품을 명품으로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2011년 9월 런던특파원 시절 “해로즈백화점의 주 고객인 중동 부유층의 눈높이에 맞춘 한국산 명품들도 전시됐다”는 문장이 포함된 보도를 했다. 그는 이때의 명품과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의 차이점을 묻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외국산 고가 사치품에 대해 명품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국산 제품에 대해 명품이라고 표현한 바는 있다”고 답했다. 이 답변과 면접 당시 발언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김 여사와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소통한 적이 있냐는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사장이 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사실인가’라는 질의에는 “같은 대학 동기로 지인이지만 자주 만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사장이 될 경우 권력에 아부하면 임명되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는 지적엔 “권력에 아부하는 사장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KBS 기자 495명이 잇달아 기수 연명 성명을 내고 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엄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방송의 ‘기계적 균형’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계적 균형은 그 자체로 공정성을 담보할 순 없지만 적어도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근무시간 중 주식거래·위장전입·과태료 미납·교통법규 위반과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모친을 부양가족으로 올려 수년간 연말정산에서 인적공제를 받은 것 등에 대해선 잘못을 시인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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