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즙에 브랜디·진 등 증류주 첨가해 오크숙성/신선한 과일향·허브·진 노트·오크향 어우러진 풍미 돋보여/호주 최초 독립 증류소 멜버른진컴퍼니 미스텔 ‘MGC 피노 드 겜브룩’ 국내 첫선/포트와인·셰리와 비슷한 알코올도수 19.5%/21∼22일, 28∼29일 요즘 핫한 ‘탭샵바’서 무료 시음 행사
코끝을 스치는 싱그러운 풀향기와 레몬, 자몽, 오렌지껍질의 시트러스. 시간이 지나자 라벤더의 향신료와 이국적인 베르가못이 더해지고 온도가 좀 오르자 달콤한 꿀향까지 은은하게 피어오르네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가을날, 다양한 허브가 광활하게 펼쳐진 정원 한 가운데 서서 잘 익은 소비뇽 블랑 와인 한모금 목젖으로 흘려보냅니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시자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오는 허브향이 비강으로 파고들며 번잡하던 머릿속을 순식간에 리셋시켜버리네요. 가을날 허브정원의 힐링을 닮은, 포도로 만든 진을 만나러 청정자연 가득한 호주로 떠납니다.
◆자연이 와인을 빚고 사람은 증류주를 만든다
위스키, 코냑, 진 등 증류주의 원료는 옥수수, 호밀 등 곡물입니다. 그런데 포도와 달리 효모를 넣어도 바로 발효가 되지 않는답니다. 포도는 당분이 있지만 곡물은 전분만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분을 효모가 발효할 수 있는 당분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열을 가하면 전분이 당분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포도의 당도보다 훨씬 낮아 그대로 발효하면 알코올도수가 너무 낮은 술이 됩니다. 그래서 한번 더 끓입니다. 물보다 알코올이 먼저 끓고 이를 모아서 다시 액체로 만들면 증류주가 만들어 집니다.
와인은 미세한 품종의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증류주는 최소 두차례 열을 가하기 때문에 원재료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또 와인처럼 떼루아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증류주의 품질은 원재료도 중요하지만 증류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며 어떻게 증류를 잘 해내느냐에 따라 품질이 갈립니다. ‘와인은 자연이 만들지만 증류주는 사람이 만든다’는 말이 나온 이유랍니다. 증류주중 진(Gin)은 우리나라에선 노간주로 불리는 나무의 열매인 주니퍼 베리를 위주로 여러 식물을 섞은 뒤 증류해서 만듭니다. 저가의 진은 보드카 등에 주니퍼 진액을 떨어뜨려 만들지만 프리미엄 진은 대부분 증류 방식으로 만듭니다.
◆포도와 진의 만남, 미스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포도로 만드는 진도 있습니다. 바로 미스텔(Mistelle)이랍니다. 미스텔은 갓 수확한 포도를 압착한 신선한 포도즙에 브랜디, 진 등의 증류주를 첨가해 알코올 함량을 높인 술입니다. 중세 라틴어 ‘miscitare’ (섞다)에서 유래됐으며 1900년대 초 스페인에서 혼합 와인을 특정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모든 과일로 만들수 있지만 주로 포도로 만들며 알코올도수는 보통 15∼22%입니다. 포트, 셰리, 마데이라 등 주정강화 와인과는 많이 다릅니다. 보통 주정강화 와인은 와인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추가하지만 미스텔은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에 주정을 강화한다는 점이 크게 차이 납니다.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 원액으로 만들기에 포도 본연의 신선한 향과 자연스러운 당도가 잘 유지됩니다. 여기에 증류주의 노트와 오크 숙성의 깊이가 더해져 기분 좋은 달콤함과 섬세하고 풍부한 풍미를 선사하는 미스텔이 탄생합니다. 프랑스 라타피아 드 샹파뉴(Ratafia de Champagne), 가스코뉴 지역의 플록 드 가스코뉴(Floc de Gascogne), 꼬냑 지역의 피노 데 샤랑트(Pineau des Charentes) 등이 대표적인 미스텔입니다. 플록 드 가스코뉴는 아르마냑으로 주정을 강화하고 피노 데 샤랑트는 1년 이상 숙성한 코냑으로 강화해 명성을 얻었는데 길게는 15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호주 최초 독립 디스틸러 MGC가 빚는 미스텔 탄생
포도와 진이 만나 매력을 더 높인 미스텔이 한국에 처음으로 수입됐습니다. 호주 와이너리 더 원더러 와인즈(The Wanderer Wines)의 오너 겸 와인 메이커이자 호주 최초의 독립 디스틸러 멜버른진컴퍼니(MGC)를 설립한 앤드류 막스(Andrew Marks)가 야심차게 선보인 미스텔, MGC 피노 드 겜브룩(Pineau de Gembrook·pdg)입니다. 남호주 유명 와인산지 야라밸리(Yarra Valley)의 겜브룩힐(Gembrook Hill) 포도밭에서 자라는 소비뇽블랑으로 만듭니다. 포도를 수확한 뒤 바로 압착, 신선한 상태에서 MGC 싱글샷 진으로 강화한 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6주 동안 숙성시켜 만듭니다.
떼루아를 그대로 담은 소비뇽블랑의 시트러스 등 신선한 과일향에 베르가못, 리치, 생강 등 MGC 싱글샷 진의 매혹적이고 복합적인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오크 숙성의 깊이가 더해져 맛의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알코올도수가 30~40%대의 일반 진보다 훨씬 낮은 19.5%라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 보통 포트와인이나 셰리 등 주정강화와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알코올도수가 높아 증류주를 꺼리던 이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기존 증류주를 즐기는 젊은 층은 물론 와인 마니아들도 좋아할 것 같네요.
미스텔에 사용되는 MGC 싱글샷은 알코올도수 47.4%로 주니퍼 베리를 메인으로 오렌지껍질, 카다몬 포드, 안젤리카 뿌리, 라벤더, 호주산 베르가못, 테즈메이니아 레더우드 꿀 등 7가지 식물을 단일 증류 방식으로 증류해 깊고 진한 맛과 향을 선사합니다. 특히 높은 알코올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스파이시하며 시트러스향이 입안 가득 진한 향을 남깁니다. 2022년 글로벌 진 마스터즈(Global Gin Masters) 대회에서 ‘진 마스터(Gin Master)’와 ‘테이스트 마스터(Taste Master)’로 선정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앤드류는 포도와 진에 대한 두 가지 열정을 담아 만들었기에 ‘포도와 진의 진정한 축제(True celebration of Grape & Gin)’라고 강조합니다. MGC 피노 드 겜브룩 2024 빈티지는 전 세계에 단 850병만 생산됐고 국내에는 불과 200병이 들어왔기에 경쟁에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이네요. MCG 진은 파이브네이쳐스 오엔마켓이 독점 수입합니다. 한국 최초 수입을 기념해 요즘 핫한 신개념 와인바인 탭샵바에서 무료 시음행사도 열립니다. 11월 14~15일 탭샵바 청계삼일빌딩점에서 행사가 진행됐고 21~22일 탭샵바 도산대로점, 28~29일 탭샵바 동대문두타점에서로 MGC pdg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습니다. 행사때 MGC 진을 27%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또 구매고액에게는 탭샵바 전 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테이스팅 탭 1만원 이용권도 제공됩니다.
◆‘이상적인 진’ 향한 여정
앤드류 막스는 2012년 멜버른에 MGC를 설립합니다. 그는 남호주 멜버른 인근 야라밸리의 겜부룩 힐 빈야드 포도로 와인을 빚는 더 원더러 와인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입니다. 그는 프랭크 무어하우스(Frank Moorhouse)의 자서전 <마티니, 회고록>을 읽다가 ‘마티니가 서브되는 매 순간, 마티니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음료를 향한 여정을 상징하게 된다’는 문장에 매료됩니다. 매년 완벽한 와인을 추구하지만 ‘완벽’은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이라는 점을 이미 이해하던 앤드류는 이 문장에 깊은 공감과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에 와인 양조 기술, 런던 드라이진 스타일, 멜버른의 개성을 버무려 이상적인 진을 향한 ‘연금술사’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진을 만드는 기술은 풍미를 구상하고, 추출하고, 블렌딩하는 디스틸러의 능력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한 앤드류는 20년 동안 축적된 와인 양조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호주 대표 레드품종 쉬라즈 등 포도 원액을 베이스로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 나갑니다. 특히 포도 품종별로 따로 발효한 뒤 블렌딩해 숙성하는 와인처럼, 식물을 개별 증류해 각 식물의 다양한 맛과 향을 최대한 추출하는 방안을 고안합니다.
이를 위해 배치증류(Batch Distilled), 비냉각 여과 과정(Non-chill filtered)을 도입합니다. 배치증류는 소량 증류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장인 정신으로 프리미엄 진을 소량 생산하는 작은 규모 증류소가 이 방식을 사용합니다. 배치증류는 원료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개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장점이 큽니다. 비냉각 여과 과정은 원액 또는 곡물에서 유래된 미립자 등을 보존해 더욱 풍부하고 향미로운 텍스처와 맛을 냅니다. 또 최고급 퀄러티의 진을 생산하는 상압증류방식(Distillation at ambient pressure)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맛과 꽉 찬 텍스처, 복합적인 향을 구현합니다. 앤드류는 이런 방식으로 식물들의 섬세한 특징을 잘 살려냅니다. 또 와인메이커 만드는 진답게 각 식물의 향과 풍미를 가리지 않도록 ‘캔버스’ 역할을 하는 베이스로 포도를 사용합니다.
증류기도 포르투갈에서 공수한 향수 제조용 구리 증류기인 알렘빅 베인 마리 증류기(Alembic Baine Marie stills)를 사용합니다. 이 증류기는 부드러운 증류 과정을 통해 식물의 특징들을 섬세하게 뽑아냅니다. 증류기에 들어간 식물들은 워터 재킷으로 둘러싸인 스틸의 중앙에 있는 ‘비밀의 방’에 배치되고 워터 재킷에 열이 가해져 챔버에 일정하고 균일한 열이 전달되면서 섬세한 추출이 진행됩니다. 진과 향수 제조에 사용되는 식물들은 비슷한 종류가 많답니다. 따라서 향수제조를 위해 고안된 증류기를 사용하면 최고 품질의 증류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진을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은 포도밭 채취한 깨끗한 빗물을 사용합니다. 진은 보통 토니워터를 섞어 진토닉으로 많이 만들어 먹습니다. 하지만 MGC는 농밀한 풍미가 돋보이기 때문에 위스키나 코냑처럼 다른 것을 섞지않은 니트(Neat)나 얼음을 넣은 온더락으로 마시기 좋습니다. 이에 MGC는 ‘진은 섞어 마시는 술’이라는 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세계시장에서 진을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홀짝이듯 마신다는 뜻의 ‘시핑 진(Sipping Gin)’과 ‘온더락 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소비뇽블랑·쉬라즈로 만드는 진
진의 기본이 되는 식물은 주니퍼베리입니다. 여기에 시트러스는 풍성한 향을 부여하고 오리스 뿌리와 안젤리카 뿌리 등은 흙냄새를 더합니다. 샌달우드, 허니 머틀, 가죽나무 꿀, 마카다미아 넛은 로컬의 맛과 향을 책임집니다. 이런 식물과 포도를 블렌딩하는 기술을 통해 극강의 부드러움 선사하는 앤드류의 첫 작품 멜버른 드라이진(Melbourne Dry Gin·42%)이 2013년 탄생합니다. 호주를 대표한 레드 품종 쉬라즈를 기반으로 배치 및 상압 증류, 비냉각여과방식으로 11가지 식물을 개별적으로 증류, 각 식물의 특성을 섬세하게 살린 뒤 블렌딩합니다. 따라서 와인처럼 에어레이션을 거치고 온도가 오르면서 더욱 풍성한 풍미가 피어납니다.
주니퍼베리, 고수 씨앗, 마카다미아, 샌달우드, 허니 레본 머틀, 로즈마리, 자몽, 유기농 오렌지, 안젤리카 뿌리, 오리스 뿌리, 카시아 나무껍질이 블렌딩합니다. 시트러스한 과일향과 과하지 않은 꿀향이 깔끔한 여운을 안겨줍니다. 니트나 온더락은 물론, 칵테일로도 만들어 먹기 좋습니다. 글로벌 진 마스터즈, 와인 앤 스피리츠 컴피티션 등에서 골드 메달을 네차례 받았습니다.
첫 작품에 자신감을 얻은 앤드류는 더욱 농축된 주니퍼 베리와 시트러스가 피어나고 풍미가 더 오래 지속되는 진 개발에 도전합니다. 그는 5년 동안 수백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5가지 식물을 한꺼번에 넣고 단 한 번의 증류로 만드는 강력한 향의 주니퍼 포워드 진, MGC 싱글샷을 선보입니다.
MGC는 2017년 멜버른에서 열린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멜버른드라이진으로 만든 칵테일 네그로니를 선보여 전세계의 참가자들에게 극찬을 받습니다. 그때 선보인 네그로니를 제품으로 만든 MGC 네그로니(Negroni)는 환상적인 핑크 컬러가 여심을 유혹합니다. 알코올도수를 26%로 낮춰 감미로우면서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MGC 드라이진, 스위트 베르무트, 비터 큐라소를 블렌딩했으며 로맨틱한 베르가못향이 매력적입니다. 네그로니는 집에서도 아주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얼음을 넣은 컵에 네그로니를 붓고 오렌지 슬라이스를 한 조각 띄우면 멋진 칵테일이 완성됩니다. 좀 더 청량하게 즐기고 싶다면 여기에 소다수나 토닉워터를 1:1 비율로 추가하면 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