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했다, 우리 이것밖에 안 돼서…" '34살 첫 국대' LG 안방마님 박동원, 이보다 더 간절할 수 없었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솔직히 조금 울컥했다. 저렇게 열심히 응원해 주시는데, 우리가 지금 이것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국야구대표팀 안방마님 박동원(34, LG 트윈스)은 '2024 프리미어12'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태극마크를 가장 간절히 원했다. 대표팀은 지난해부터 '세대교체'를 선언해 젊은 유망주들 위주로 발탁하고 있는데,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는 베테랑 포수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동원을 불렀다. 류 감독이 박동원을 발탁하면서 깜짝 놀란 건 그의 태극마크를 향한 열망이었다. 박동원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총액 65억원에 FA 계약을 하며 리그 최정상급 포수로 인정받았지만, 청소년대표팀은 물론이고 성인대표팀에도 한번도 불린 적 없었던 과거는 그의 한으로 남아 있었다.
박동원은 대표팀이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열심이었다. 20대 초중반 어린 선수들 틈에서 머쓱할 법한데도 포수로서 어린 투수들과 친해지기 위해 친근하게 다가가고, 대표팀 코치진의 지휘에 따라 구슬땀을 흘리며 가슴에 단 첫 태극마크를 정말 소중히 대했다. 류 감독은 그런 박동원의 태도에 한번씩 놀라면서도 반겼고, 대회 내내 안방마님을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국가대표의 꿈을 이룬 박동원은 조금 더 욕심을 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치르는 B조 조별리그에서 2위 안에 들어 슈퍼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행 비행기까지 꼭 오르고 싶었다. 박동원은 "꿈을 꾸었던 대표팀인데, 우리 선수들끼리 정말 잘 지내고 분위기도 좋은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일본까지 우리가 진출한다면 진짜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표팀에 발탁된) 지금도 정말 감사한 일인데, 우리가 잘해서 일본까지 간다면 정말 감격스러울 것 같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박동원의 바람과 달리 한국은 17일 현재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지난 13일 대만과 첫 경기에서 3-6으로 패한 게 두고두고 뼈아팠다. 14일 쿠바를 8-4로 꺾고, 15일 일본전에서 3-6으로 역전패하면서 한국이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초반에 0-6으로 끌려가면서 탈락을 확정하나 싶었는데, 타선의 뒷심에 힘입어 9-6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기사회생했다. 한국은 2승2패로 단독 3위에 올라 있는데, 17일 일본-쿠바전, 대만-호주전에서 일본과 대만이 모두 승리하면 한국은 탈락을 확정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를 치를 때 한국 야구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감명을 받았다. 일본전을 끝으로 KBO에서 섭외한 응원단장과 치어리더팀이 귀국했는데도 도미니카공화국전을 관전하러 온 팬들은 마치 단상에 응원단이 있는 것처럼 똑같이 응원가를 부르면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톈무야구장 내야석을 한국팬들으 가득 채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타국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팬들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박동원은 그래서 더 힘을 냈다. 임찬규(3이닝 3실점)-소형준(1이닝 1실점)-조병현(1⅔이닝 2실점)까지 초반 등판했던 투수들이 흔들리는 바람에 6회초까지 0-6으로 끌려갔지만, 한국은 6회말 4득점, 8회말 5득점하면서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박동원은 5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대회 타율 0.375(16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박동원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생산한 한국 타자로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의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박동원은 경기 뒤 팬들의 응원과 관련해 "솔직히 조금 울컥했다. 저렇게 열심히 응원해 주시는데, 우리가 지금 이것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지고 있어도 정말 응원을 열심히 해 주셔서 우리가 큰 힘이 됐던 것 같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이어 "(역전했을 때) 정말 짜릿했다. 한국팬들이 많이 와 주셨는데, 그 팬들을 위해서라도 지고 있었지만, 지더라도 우리가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그 마음을 느낀 것 같다. 멀리까지 와 주셨는데 우리가 더 멋있게 짜릿하게 역전승으로 보답한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초반에 도미니카공화국에 6점차까지 끌려갈 때는 선수들도 꽤 당황했다고. 박동원은 "생각보다 상대 타자들이 대응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조금 많이 힘들었는데, 우리가 한번의 찬스로 따라가는 상황을 만들다 보니까 아무래도 상대가 쫓겼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냥 계속 더그아웃에서 우리 아직 포기하지 말고, 이닝이 초반밖에 안 됐으니까 끝까지 해보자고 이렇게 다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도 그 마음을 또 잘 받아들여서 포기하지 않았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반에 흔들려 상심했을 임찬규(LG)를 다독였다. 박동원은 "다른 것은 괜찮았는데, 투수가 던질 때마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이기는 힘들다. (임)찬규가 잘 던지는 체인지업이 평소보다 컨트롤이 안 되면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는데, 찬규도 많은 경험이 있고 좋은 투수이기에 오늘(16일)을 계기로 또 기회가 온다면 훨씬 더 잘 던질 것이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에서 강도 높은 4연전을 치르면서 지쳤을 불펜을 다독이기도 했다. 5이닝 이상 버티는 선발투수가 없는 바람에 그 부담을 온전히 불펜 투수들이 떠안았기 때문.
박동원은 "우리 투수들이 아직 어린 선수가 많다 보니까 지금 내가 어떻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선수들이 정말 온힘을 다해서 던지다 보니까 피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17일) 쉬는 날이 있기 때문에 잘 쉬고, 또 마지막 호주전까지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하면 다른 팀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나이를 생각하면 박동원에게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구보다 간절히 뛰었을 것이다. 그는 "내가 국제대회에 나와서 타국 선수들이랑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더 좋은 선수라 내가 (리그에서) 상대할 때보다 더 좋은 선수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나는 어린 선수들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긴 하지만, 이 선수들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야구가 정말 더 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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