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밴드가 '미 10대'에게 통한 까닭 [IT+]
네이버 밴드 미국서 열풍
현지화 전략이 결실 맺어
그룹 관리 기능에 집중
중·고등학교서 인기지만
몸집 더 키우는 게 관건
쓰임새 더 늘릴 필요 있어
토종 SNS가 'SNS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월 이용자 수만 600만명이 넘어섰다. 네이버의 폐쇄형 SNS '밴드(BAND)' 얘기다. 미국 이용자의 입맛에 딱 맞도록 서비스를 변주해 현지화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강력한 그룹 관리 기능으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 관건은 밴드가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을 수 있느냐다.
네이버 밴드가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 17일 네이버는 밴드의 미국 월간활성화사용자 수(MAU)가 10월 기준 604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4년에 미국 현지 법인을 세운 지 10년 만의 성과다. 성장 폭도 무시할 수 없다. 2021년 'MAU 30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2022년 380만명, 2023년 500만명을 기록하며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 인기 비결=밴드는 어떻게 미국에서 성장가도에 올라건 설까. 현지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면밀하게 분석한 게 영향을 미쳤다. 한국 이용자는 등산‧독서 등 주로 친목을 다지기 위해 밴드를 쓰는 반면, 미국에선 주로 10대가 스포츠팀·클럽을 비롯한 그룹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밴드를 활용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공지 전달, 일정 관리, 파일 첨부 등 관리자가 그룹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편의 기능의 사용 비중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활성화한 밴드(그룹)의 65.0%가 학교 및 스포츠 그룹이고, 전체 미국 사용자 중 70.0%가 해당 그룹의 밴드를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확인한 네이버가 그룹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서비스 현지화'를 진행한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캘린더 기능'이다. 미국에는 메일이나 캘린더 앱 등으로 초대장을 보낸 뒤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RSVP(Répondez s'il vous plaît·응답 부탁드립니다)' 문화가 깔려있다. 밴드는 이런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캘린더 기능의 RSVP 대답 옵션을 다양화하고, 사용자 본인 외 동행인까지 등록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 또다른 숙제=이제 관건은 밴드가 페이스북·텔레그램·디스코드 등 글로벌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느냐다. 이들 SNS도 모두 밴드와 같은 '그룹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용자 수로 따지면 밴드가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미국 내 MAU는 2억7200만명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연간 7000만명 수준인 밴드가 경쟁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다른 SNS들도 저마다 특색 있는 기능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 기능으로 각광 받고 있고, 디스코드는 그룹 간 음성 통화 기능을 특화하고 있다.
밴드의 주무대가 '학교'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미국 밴드 사용자의 25.0%를 10대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밴드가 학교 내 클럽·스포츠팀에서 많이 쓰이고 있어서다. 여기서 몸집을 더 키우려면 회사나 동호회, 소규모 커뮤니티 등으로 이용자가 확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밴드에 지금보다 더 많은 편의 기능이 필요하다.
숙제를 풀기 위해 네이버는 업무용 서비스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밴드는 국내에서 쌓아온 그룹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방과 후 활동 시장에서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제는 직장인들이 밴드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연 네이버 밴드는 또 한차례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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