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전주올림픽’ 출사표 낸 김관영 지사 “전주 중심 비수도권 뭉쳐 서울과 경쟁”
“일방적으로 우리가 불리하거나 열세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든 길고 짧은 건 대봐야죠.”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도지사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국내 유치전에서 서울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 16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출입기자단과의 차담에서 “국제 행사를 하면 서울이 다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라 지방에서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을 쉽게 못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역 개최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전주올림픽은 한국이 가진 유구한 전통과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36년이 되면 K컬처가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세계로 퍼지면서 동시에 K컬처의 뿌리 혹은 본류를 조명하려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K컬처의 중심은 전북과 전주입니다. 인구 약 180만명에 무형문화재가 106건에 달할 정도로 문화자산이 많습니다. 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차원에서 (올림픽 개최의) 필요성과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도지사는 “전주를 중심으로 하되, 새만금에서 많은 경기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30년대 초반 완공될 새만금의 인프라(공항, 철도, 도로, 항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1만명을 수용하는 미디어촌을 목조건축으로 조성해 한옥 유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기존 경기장을 활용해 자원 낭비나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충남·충북, 광주·전남 등 ‘비수도권’ 인근 지역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김 지사는 33개 종목 중 10~15개 정도만 전북에서 개최하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서 분산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충남·충북과 경기장 사용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전주가, 전북이 독점할 생각은 없습니다. 2027년 충청권이 유니버시아드를 열면서 그곳에 많은 경기장이 들어섭니다. 대전까지도 1시간밖에 안 걸려요. 광주는 세계수영선수권을 열었고, 내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여니 그곳의 수영장과 양궁장을 이용하면 되죠. 2030년 새만금·포항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대구까지 1시간30분밖에 안 걸립니다.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열었으니 그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북도는 올림픽 개최 비용을 10조2905억원, 생산유발효과를 약 43조원으로 예상했다.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는 늘 실현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다. 재정자립도가 23.4%로 전국 최하위 수준인 도의 재정 상태도 염려된다. 김 도지사는 “신규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전체 37개 중 4개)하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면 재정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면서 “국제행사 지정 시 시설물 건설비용의 75%를 국가가 보조하는 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까지 유치신청서를 접수한 대한체육회는 내년 1월 국제위원회를 거쳐 2월 대의원총회에서 국내 개최 후보 도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때 체육회가 서울·전주 공동개최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김 지사도 서울과의 공동 개최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공동개최를 제안했지만 이미 오랫동안 단독개최를 준비해 어렵다고 이야기했고, 그래서 우리도 단독개최를 추진했다”면서 “중앙과 지방의 협력,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점에서 서울·전주 올림픽이 서울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 해외 유치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전북도는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으로 큰 내상을 입었다. 지금도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순 없지만 최근 극복의 계기가 있었다. 지난 10월 열린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였다. “참가자들이 역대 대회 중 가장 잘 치렀다고 했어요. 도민이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한 중요한 계기였죠.”
올림픽 유치 선언은 한인비즈니스대회 성공으로 분위기를 탄 지난 7일 이뤄졌다. 그는 전주올림픽이 비수도권 지역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전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굉장히 많이 배울 수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은) 과감한 도전과 변화가 없으면 이제는 도태를 넘어서 소멸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변화해야 합니다.”
한편, 이날 기자단과 만난 김 지사는 그간 지지부진하던 새만금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만금국가산단은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올해 12조8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기업유치 실적을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조성된 산업용지는 분양이 모두 끝났다고 했다. 특히 전체 200만평 중 120만평이 1년 사이 분양됐다.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인한 법인·소득세 최대 100% 감면, 평당 50만원의 저렴한 땅값,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대규모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컸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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