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영의 국회법슐랭] 비위 혐의에도 `셀프 심사`로 연임 승인?…`이기흥 방지법` 나왔다

윤선영 2024. 11.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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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의원 "더 이상 불공정 카르텔 좌시할 수 없어"
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직무 정지에도 3선 도전 승인
체육협회장 3선 방지…제3의 외부기관이 심사한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의원실 제공]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올림픽도시연합 스포츠 서밋 출장을 마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13일 인천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각종 비위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연임을 승인받았다. 부정 채용과 횡령 의혹으로 직무 정지를 통보받은 이 회장이 3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지난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세 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내년 1월14일 열리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 이 회장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회장이 3선 연임 도전 자격을 얻은 뒤 스포츠공정위의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부정적인 이슈에 휩싸이며 역대 체육회장 초유의 직무 정지 사태를 겪고 있는 인물이 연임 의사를 드러냈는데도 스포츠공정위가 이를 막지 못하면서다.

현행 체육회 정관상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세 번째 연임하려면 스포츠공정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은 당시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 회장의 연임안을 의결했다.

스포츠공정위 평가는 100점 만점 기준에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를 50대 50 비율로 구성한다. 정량 평가는 국제기구 임원 진출(10점), 재정 기여도(10점), 단체 운영 건전성(10점) 등 공통 지표(50점)로 나뉜다. 위원들이 자체 평가하는 정성 평가는 국제기구 임원 당선을 위한 노력과 가능성(20점), 종목·지역 체육 발전 비전 제시(10점), 재임 기간 중 공헌(10점), 임원으로서의 윤리성과 청렴도 제고 방안(10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당초 체육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이 회장의 비위 혐의를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하면서 연임 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 10일 이 회장을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물품 후원 요구(금품 수수)·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등의 이유로 수사 의뢰했고 문체부는 다음 날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스포츠공정위는 심의를 강행했고 문체부는 물론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에서도 "더는 체육회에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공정위는 규정에 따라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3명 이내, 위원 15명 이하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문제는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이 상대적으로 이 회장에게 호의적인 인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2019년부터 스포츠공정위를 이끌어온 김병철 위원장 역시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이 회장의 3선 승인 안건 처리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공정위 규정 제11조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위원은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스스로 심의 건의 의결을 회피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체육회 회장이 자신이 임명 또는 위촉한 스포츠공정위원에게 임기 연장을 심의받는 절차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 사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림픽 전문 저널 인사이드더게임즈는 이 회장이 비위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직무 정지를 당했다는 사실과 스포츠공정위가 그의 3선 도전을 승인했다는 내용을 몇 차례에 걸쳐서 보도했다. 이 회장의 비위 혐의가 2036년 올림픽의 한국 유치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체육단체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목적으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일명 '이기흥 방지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체육회 자체 기구인 스포츠공정위의 역할을 제3의 외부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에 맡겨 불공정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체육회 회장과 경기단체 임원의 임기는 4년(1회 연임)으로 제한했다. 추가 연임은 윤리센터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의 체육회 임원 연임 심의 권한을 박탈한 셈이다.

정 의원은 "체육회는 비위 혐의로 직무정지된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승인하는 등 자정 기능을 잃었다"며 "체육회 회장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 임원이 연임 제한 허용을 심의하거나 회원의 이익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체육회 및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경기단체 임원의 연임을 심의해 발생하는 불공정성을 차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IOC위원은 국가품위를 지켜야할 지위"라며 "대한민국에 먹칠하는 어글리코리안이 되지 않도록 이 회장은 스스로 결단하라"고 촉구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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