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송승헌 "노출 연기, '인간중독'때보다 편했어요" [인터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4. 11.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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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송승헌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욕망은 커다랗던 남자가 있다. 그래서 사랑 없이 유복한 여자와 결혼을 약속했고, 그 삶에 순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약혼녀의 후배가 그를 흔든다.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는 결핍 많은 그녀가. 순식간에 욕망이 들끓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그런데 이 모습을 약혼녀가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혼란스럽다. 하지만 남자를 더 세차게 흔드는 커다란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집을 배경으로, 비릿한 정서를 담아낸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 제작 스튜디오앤뉴·보이드)는 이 남자 성진(송승헌)의 혼란한 얼굴 위로 흘러가는 작품이다. 사라진 줄 알았던 약혼녀 수연(조여정)이 비밀의 공간 밀실에 갇힌 채 성진과 미주(박지현)의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줄거리를 보면 언뜻 감이 오겠지만, '히든페이스'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 작품이다. '인간중독'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또 하나의 에로티시즘 영화다.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김 감독은 이번에도 송승헌, 조여정과 함께했다. '인간중독'은 개봉 당시 송승헌의 파격 노출과 정사신으로 크게 화제를 모았는데, '히든페이스'에서도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맨몸을 드러낸다. 

송승헌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표면만 보면 저와 조여정이 '인간중독'에도 나왔고 일탈이나 불륜 코드가 있다 보니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 두 작품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인간중독'의 김진평은 원하지 않은 여자와 결혼한 후 부하의 아내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죠. 진평은 첫사랑을 만나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군인이 이제야 진짜 사랑을 만난 느낌이요.  '히든페이스'에서는 흙수저인 친구가 성공을 위해서 금수저인 여자를 만나고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자 자리까지 차지하는 욕망덩어리예요. 진평은 진실한 사랑을 했다면 성진은 사랑보다는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과 콤플렉스에 집중된 인물이에요. 그런 점에서 캐릭터적으로도 아주 다르다고 생각해요."

송승헌의 첫 베드신과 전라가 담겼던 '인간중독'은 그에게 용기가 필요했던 도전이기도 했지만, '송승헌도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네?'라는 전환점이 되어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히든페이스' 출연은 거의 고민하지 않았다. 전환점을 갖게 해준 김대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어린 송승헌은 정의롭고 바른 인물을 많이 연기했었죠. 그러다 찾아온 '인간중독'이라는 작품은 저한테 단순히 노출 때문에 도전이었다기보다는 '송승헌이 저런 소재도 연기하네?'라는 의외성을 보여줄 수 있어서 특별했어요. 그래서 김대우 감독님이라면 뭐든 같이 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죠. '인간중독' 이후에 작품 선택에 있어서 시야의 폭이 더 넓어지기도 했고요. 항상 반듯한 캐릭터만 하다가 그 이후에 넓게 봤어요. '히든페이스'는 김대우 감독님 작품이어서 할 수 있었죠."

송승헌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얼마 전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히든페이스' 완성작을 처음 봤다는 송승헌은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극에서 마에스트로로 나와 걱정한 부분도 있었지만, 음악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스스로 보기에도 멋진 장면이 연출됐다고 흡족해했다.   
 
"영화가 굉장히 빠르게 몰아치는 느낌이 있어요. 초반엔 단순한 불륜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반전을 겪고 원작에 없던 걸 추가하면서 사건의 인과관계를 풍성하게 만들어가요. 원작보다 훨씬 풍성한 서사들이 재밌더라고요. 김대우 감독님이 각색한 한국 버전의 '히든페이스'가 정말 좋았어요. 특히 지휘하는 장면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음악과 함께 멋지게 나와준 것 같아요. 밀실의 답답한 느낌도 잘 살아서 좋더라고요."

송승헌은 극 중 미주 역의 박지현과 뜨거운 정사신을 연기한다. 욕망하는 남녀의 애욕을 과감하게 드러낸 살갗으로 격정적이게 그려낸다.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의 베드신인 만큼 노출에 대한 부담이 있을까 했지만 송승헌은 "감독님 스타일을 알아서 부담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이런 신들이 노출을 보여주려고 의도적으로 넣은 게 아니라 작품 전개에 꼭 필요한 신이잖아요. 일탈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니까. 또 김대우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부담이 있진 않았어요. '인간중독' 때보다도 편했어요. 베드신 리허설을 할 때 감독님의 디렉션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정확하세요. 믿고 따를 수밖에 없을 만큼요. 감독님이 노출신에 있어서는 대충이 없어요. '그 자세를 여기서 여기까지만 해'라고 컷을 세심하고 정확하게 디렉션 하세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더 해봐' 이런 부분이 전혀 없어서 부담이 없어요. 콘티가 워낙 정확해서 신뢰가 있었죠. 배려도 있었고요. 또 감독님이 남자 조연출과 신을 직접 시연해 줬는데 그게 재밌어서 다들 웃으면서 촬영했어요(웃음).

송승헌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유), NEW

'히든페이스'의 성진은 재능 많고 잘생겼다는 점을 빼면 실제 송승헌과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가난하게 자라 결핍이 많고, 자격지심이 있으며, 의뭉스러운 욕망을 품고 있다. 송승헌은 그런 지점 때문에 성진에게 매력을 느꼈고, 또 그런 점 때문에 실제로 친해지고 싶은 인간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를 끝내고 '세 캐릭터 다 정상은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어찌 보면 각자 욕망하던 걸 얻으면서 끝난 게 아닌가 싶어요. 성진은 소위 흙수저인데 경제적인 걸 얻었고, 두 여자는 소유하고 싶었던 것을 얻고요. 캐릭터들이 재밌어요. 성진이라는 인물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아요. 아닌 척하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도 들끓고, 사랑하지도 않은 여자를 만나는 그런 부분이요. 저라는 사람이 봤을 때 성진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아니긴 했어요(웃음). 그런데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재밌었어요. '인간중독' 때 그걸 크게 느꼈고, '히든페이스'에서도 느꼈고요. 성진이가 멋있는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송승헌이 저런 연기도 어울리네'라는 말을 들을 때 희열을 느껴요."

송승헌은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이다. 1995년 모 브랜드 청바지 모델로 연예계 입문했고, 이듬해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잘생긴 얼굴은 금세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고, 주연작 '가을동화'(2000)가 크게 히트하면서 스타반열에 올랐다. 그는 삶의 대부분을 스타로 살아왔고, 그 삶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진짜 시간이 너무 빨라요. 사실 20대 때는 뭐가 좋은지 몰랐어요. 그때 즐기지를 못했어요. 제가 하는 거에 비해서 과하게 환호를 해주시니까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한 팬이 보낸 편지 한 통이 그런 마음을 바꿔놨어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을 갖게 된 걸 감사하면서 사세요'라는 문장이요. 그 말이 스스로를 창피하게 만들었어요. 그때 '아, 이러면 안 되겠다. 진실되게 내 직업에 임해야겠다'하고 깨달았어요. 지금의 저는 이순재 선생님처럼 오래 활동하면서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요. 나이 들면서 더 중후하고 매력적으로 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멋짐을 자연스럽게 입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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