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결혼·출산관…20대 5명 중 2명은 '비혼 출산 긍정적'
혼인 외 출생아 꾸준히 증가…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 기록
대부분 결혼 부부 중심 출산·양육 지원 정책…'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20대 청년 5명 중 2명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결혼은 의무'라는 인식이 줄어든 반면, '비혼 출산'에는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실제 비혼 출생아의 비중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인식 변화를 제도권 내로 편입해 지원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은 여전히 더딘 상태입니다.
오늘(17일)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42.8%였습니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2.5%포인트(p) 증가했습니다.
약간 동의한다는 응답은 2014년 24.6%에서 올해 28.6%로 소폭 증가했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5.7%에서 14.2%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강한 부정'인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9%에서 올해 22.2%로 줄었습니다.
성별로 보면 20대 남성의 43.1%, 20대 여성의 42.4%가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해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남성(12.6%)보다 여성(15.9%)이 더 높았습니다.
반면 20대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습니다. 청년층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졌지만, 비혼 출산에는 더 관대해진 것입니다.
이상적인 자녀 수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는 60.4%가 '2명'이라고 답했고, '1명'이라는 답은 30.2%였습니다. '0명'이라는 응답은 5.2%에 불과했습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변화는 실제 출산율 통계에도 반영돼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출생통계에서 혼인 외의 출생아는 1만 900명으로, 전년보다 1,100명 늘었습니다.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7.7% 감소한 23만 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저'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혼인 외 출생아는 2020년 6,900명,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거나 동거가 느는 등의 사회현상과 더불어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비혼 출산의 비중과 인식이 빠르게 변화한 것과는 달리, 이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지원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은 여전히 더딘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출산·양육 지원 정책들이 '결혼한 부부'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비혼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거나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정부 저출산고령위원회는 올해 6월과 7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일·가정양립과 양육, 주거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비혼 출산에 대한 제도화·지원 내용은 없습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혼 출산 등 가족 다양성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살펴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비혼 출산에 대한 제도적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혼 출생 비율은 프랑스 62.2%, 영국 49.0%, 미국 41.2%, 호주 36.5% 등으로 대부분이 한국을 크게 웃돕니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서 발표한 '인구정책으로서의 비혼 출산' 연구에서 "만약 한국 OECD 평균 수준의 혼외 출생률을 보인다면 합계출산율은 1.55명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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