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매운맛 보여준다는데”...트럼프 2기 원화약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온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이라고 했던가. 트럼프 1기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트럼프 2기는 1기와 같지 않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았던 트럼프 1기는 조직적이지 않았다. 무리한 정책에 제동을 거는 참모들이 트럼프 곁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트럼프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예스맨(yes-man)만 남았다. 트럼프 2기는 더 심화되고 자극적인 버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 질서는 지역 강대국을 중심으로 세계가 몇 개의 세력권으로 나뉘고 지역 강국의 세력권 내 통제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주변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1949년 중국 내전 이후 대만은 사실상 독립적으로 통치돼 왔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미국도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한다. 하지만 대만에 방어 무기를 판매하고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왔다.
대만에서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이 올해 초 3연임에 성공하자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행보가 강화됐다. 이른바 아나콘다 전략으로 뱀이 사냥감을 옥죄듯 대만을 질식시키려는 인상이다.
중국이 봉쇄 구실을 찾는듯 대만에 경제·외교·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침공 없이도 대만을 굴복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답했다.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트럼프다운 답변이다.
하지만 껍데기는 교체하더라도 지원 내용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못하리라 본다. IRA법의 혜택이 경합주(swing states)와 공화당 성향 주에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껍데기는 가고, 내용은 남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고 법인세를 인하함으로써 보조금 없이 반도체 생산 기지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HIPS법의 존망은 불투명하지만, 그 지향점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가이고, 이는 트럼프도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이미 거센 도전에 직면한 한국 반도체 업계에게도 상당한 위협이다.
한국 수출은 작년부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대적 수치를 보면 그렇지 않다. 주요 수출 경쟁국인 대만과 중국 기업들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추세는 진행형이라서, 트럼프의 승리와 무관하게 당분간 되돌리기 어려울 듯 하다.
먼저 미국 인플레이션 측면. 미국이 수입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의 수입 가격이 상승하므로 미국 내 생산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미국 소비자들이 기존에 가격 경쟁력이 없었던 미국 내 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사야 한다. 모든 수입품을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금리와 달러가 상승한다.
다음은 무역 장벽 측면. 수입 관세를 높이면 미국 수입(import)이 줄어 무역량이 감소한다. 또 미국 관세 인상에 중국·유럽 등 무역 상대방도 보복 관세로 대응한다. 모두가 무역 장벽을 높이니, 세계 무역량이 감소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무역과 달러·원 환율은 역의 상관관계가 강하다. 즉 무역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환율 하락, 무역량 감소 시기에 환율이 상승한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될 때마다 달러·원 환율은 급등했고, 무역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는 환율이 급락하곤 했다. 한국과의 무역 이슈가 아님에도 글로벌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민감했다.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은 이렇듯 달러원 환율 상승과 연결된다.
트럼프 2기 경제 청사진을 반영해 CRFB(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가 전망한 바로는 2035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9.6%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최소 7.6~최대 12.1%)된다. 재정 결손은 결국 국채를 통해 조달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미국채 시장에서 국채 공급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수급 요인에 의한 미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귀결된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대통령 선거일(11월 8일)과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선거일(11월 3일) 사이에 환율은(서울 종가 기준 1,135.0원에서 1,134.1원으로) 고작 0.9원 움직였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할 내년에도 환율이 지속 상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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