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공직자 사망…'직장 갑질·상명하복' 여전
[앵커]
요즘은 많이들 변했다고 하지만 공직사회에는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는 삶을 포기할 정도로 괴로워하는데요.
공직 내 괴롭힘을 처벌할 법적 근거조차 취약한 게 현실입니다.
먼저 천재상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3월 충북 괴산군청의 38살 늦깎이 신입 공무원이 입직 두 달 만에 자신이 살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주변인에게 "상급자가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며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유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고인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실제 감사 결과 부조리가 확인돼 상급자에 대한 중징계가 요구됐습니다.
지난 7월 충남 예산경찰서에선 20대 경찰관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은 휴대전화 기록을 통해 상사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괴롭힘 등을 호소했고, 경찰은 내막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현직 경찰관인 고인의 유족은 '누나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동생을 떠올릴 때마다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고인 친누나(음성 변조)> "(동생이 힘들어 할 때) '어쩔 수 없지 않겠냐'라고 별로 도움이 못 됐어요. 그런데 조금 더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생을 도와줬더라면 이 지경까지 안 됐을 텐데 그런 비통함이 크고…."
우리 공직사회에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만연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지난해 144명으로, 전년 111명 보다 29.7% 늘었습니다.
공무원들은 업무 관련 정보를 가르쳐주지 않거나 교묘히 따돌리는 등 신고하기 어려운 괴롭힘이 더 큰 문제라고 토로합니다.
<최상규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장> "정보에 대해서 배제하고 왕따를 시키는 그런 유형들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에서는 피해자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내가 정말 업무를 못하는 사람인가?' 자존감이 무너지게 되죠."
전문가들은 경직된 상명하복 문화가 여전한 공직사회에서 괴롭힘은 오랫동안 개인이 극복해야할 문제로 치부돼왔다고 지적합니다.
<권선필 /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권위주의와 같은) 이 제도적 틀 때문에 사람을 거기다 맞출 수 밖에 없는 것. 그리고 맞추도록 할 때 필요한 게 갑질이나 괴롭힘 같은 조직문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해마다 갑질 등 공직사회 부조리는 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법적 근거조차 취약합니다.
공무원이 적용받는 국가공무원법에는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고, 최근에야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뿌리 깊게 박힌 공직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천재상입니다. (genius@yna.co.kr)
[영상취재기자 : 이용준·임재균]
#공무원_극단선택 #직장_내_괴롭힘 #직장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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