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에도 펄펄, 이러다 둘째하고도 같이 뛰겠네
‘래리 버드,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 당신이 NBA팀의 단장이라면 누구와 프랜차이즈 커리어를 함께 하겠는가?’ 아주 깊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작은 격차는 존재하겠지만 사실 저 정도급의 선수들은 그야말로 취향 차이다. 역대 1위의 위엄을 감안했을때 조던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을 수도 있겠으나 버드, 매직, 르브론을 선택한다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만큼 한 시대를 지배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선수들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다. 그들의 현역 시절을 본 것 만으로도 자랑스러워하는 팬들도 많다. 아쉽게도 버드, 매직, 조던은 오래전 인물들이다. 20세기에 활약했다. 2000년대 초반에 조던이 잠깐 2차 컴백을 하기는 했으나 그때는 말 그대로 보너스 타임이다. 그들이 20세기를 빛냈다면 21세기는 르브론이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대에서 활약해서일까? 히어로 이미지인 버드, 매직, 조던과 달리 르브론은 히어로, 빌런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스타다. 여기에는 비 원클럽맨, 여러 가지 언행적인 구설수, 반대급부를 응원하는 팬덤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킹’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르브론 제임스(40‧204.5cm)는 '1'이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다. 2003 NBA 드래프트서 1라운드 1순위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오랜시간 리그 넘버원 플레이어 위치에서 롱런했다. 데뷔와 동시에 에이스가 됐던 클리블랜드 시절은 물론 마이애미 히트, LA 레이커스 등 어떤 팀에서 어떤 스타와 함께 뛰어도 팀내 1인자 자리는 그의 몫이었다.
워낙 유명한 선수인지라 플레이 스타일, 주요 수상 내역 등 이런저런 부분들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농구 팬이라면 대부분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르브론이 보여준 것 중 가장 경이적인 요소는 ‘내구력’이다. 근육질 몸으로 꽤나 터프하게 뛰어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부상을 당하지않는다.
경기중 아찔한 장면이 나올뻔한 적도 쉴새없이 많지만 대부분은 절뚝거리고 들어갔다가도 조금있다 들어와서 다시 멀쩡하게 뛴다. 팬들 사이에서 '금강불괴'로 통하는 이유다. 거기에 체력까지 엄청나게 좋다. 그런 선수가 올시즌 22년차를 맞고 있으니 누적기록이 어떻겠는가?
NBA 퍼스트팀 최다수상(13회), 통산 최다득점 등 앞으로도 좀처럼 깨지기 힘들 기록을 품에 안았다. 그외 상당 부분 기록 역시 상위권에 랭크중인지라 향후 행보에 따라 1위를 가져갈 공산도 상당하다. 플레이오프로 가면 더욱 괴물같다. 출전시간, 출전경기, 승리 경기, 승리 시리즈, 득점, 스틸, 자유투 성공, 필드골 성공 등에서 역대 1위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많이 뛰면서 잘한 결과다. 이것은 정말 르브론만의 특별한 능력이다. 버드는 엄청났던 전성기가 부상으로 인해 일찍 꺾였다. 조던 또한 선수 생활 말년에 등 부상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당시 조던은 3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르브론은 40대로 접어든 현재도 나름 쌩쌩하게 잘만 뛰고 있다.
최전성기와 비교하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젊은 시절 르브론과 노장이 된 르브론의 비교일뿐이다. 최근 성적만으로도 어지간한 팀의 에이스 부럽지않다. 워낙 기대치가 높아 한물갔다는 얘기가 나올 뿐 실상은 아직도 르브론보다 좋은 성적을 내거나 경기 지배력이 높은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16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에 그칠때까지만해도 '천하의 르브론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한 듯 하다. 9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21득점, 13어시스트, 12리바운드)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1일 토론토 랩터스(19득점, 16어시스트, 10리바운드), 14일 멤피스 그리즐리스(35득점, 14어시스트, 12리바운드), 16일 샌안토니오 스퍼스(15득점, 16리바운드, 12어시스트)까지 4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주변을 놀라게하고 있다.
이날 나온 트리플더블은 르브론의 올 시즌 5번째이자 통산 117번째 기록이다. 특히 4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은 르브론 개인으로서도 데뷔 이후 처음이다. 르브론이 펄펄 날자 레이커스의 경기력도 부쩍 올라갔고 초반 휘청이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4연승 상승세를 타고있다.
르브론의 또 달라진 점은 3점슛이다. 커리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의 3점슛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말 그대로 무난한 편이다. 한때 약점으로 꼽히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후 꾸준히 발전하면서 리그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놀라운 것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슛터치가 더욱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시즌 르브론은 경기당 2.1개의 3점슛을 41%의 성공률로 꽃아넣었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올 시즌 또한 손끝이 뜨겁다. 경기당 2.4개를 44.6%의 성공률로 작렬시키는 모습이다. 올시즌 끝까지 현재의 성적을 이어간다면 르브론에게 3점슛은 또 다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르브론의 성적은 전체적으로 좋다. 12경기에서 평균 23.5득점, 9.6어시스트(3위), 8.8리바운드, 0.7스틸을 기록중인데 1984년생 노장임을 감안했을 때 믿기지않을 정도다.
올시즌 르브론은 장남 브로니 제임스와 함께 코트에 서며 부자동반 출전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르브론이 그만큼 오랜시간 NBA에서 뛰고있기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한술 더 떠 현재 17세인 차남 브라이스 제임스와도 함께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브라이스가 고졸로 바로 NBA에 도전하고 르브론이 몇년만 버티어준다면 충분히 가능해보이는 시나리오다. 르브론이 여전히 늙지않는 모습을 보여주고있기 때문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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