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오승환’ 드디어 찾았나···박영현이 걸어가는 ‘국대 마무리’의 길[프리미어12]
오랫동안 한국 야구 대표팀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던지면 거의 대부분 ‘오승환(삼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KBO리그를 평정한 오승환의 ‘돌직구’는 국제무대에서도 늘 발군의 위력을 뽐냈다.
하지만 오승환의 나이도 어느덧 불혹을 넘어섰다. 이제는 전성기 때 위력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6-5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 충격의 5실점으로 6-10 대역전패를 당하게 한 장면은 ‘국가대표 오승환’의 마지막 모습이기도 하다.
이후 ‘포스트 오승환’을 찾는 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에서 마침내 후계자에 가장 가까운 투수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바로 박영현(KT)이다.
박영현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WBSC 프리미어12 2024 조별리그 B조 3차전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8회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1.2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한국의 짜릿한 9-6 대역전승을 마무리했다.
박영현의 등판은 중요한 타이밍에 이루어졌다. 한국은 6회초까지 0-6으로 끌려가다 6회말 대거 4득점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기던 시점이었다.
박영현은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루이스 미에세스에게 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다음 타자 프랭크 로드리게스와 승부 때 끈질긴 견제 끝에 주자를 잡아냈다. 이어 그 기세를 몰아 로드리게스까지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후 한국이 8회말 공격에서 대거 5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하자 9회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선두타자 미셸 데 레온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히카르도 세스페데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데 이어 알렌 헨슨을 병살타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번 대표팀에 조병현(SSG), 김택연(두산), 유영찬(LG), 정해영(KIA) 등 각팀의 내노라하는 마무리 투수들을 전부 포함시켰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이 기라성 같은 마무리투수들 가운데에서도 박영현에게 대표팀의 마무리 자리를 맡겼다. 그만큼 구위가 뛰어났다는 증거다.
실제로 박영현은 쿠바와 2차전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고 승리를 지켜냈다. 당시 화제가 된 장면이 마지막 타자 야디르 드레이크를 상대할 때였는데, 볼카운트 0B-2S에서 던진 150㎞짜리 패스트볼의 분당 회전수(RPM)이 무려 2588이 찍혔다. 드레이크가 헛스윙할 수 밖에 없었던 무시무시한 구위였다.
한국은 당장 이번 대회가 아니라 2년 후 열리는 2026 WBC, 그리고 MLB 선수들이 참가할 2028 LA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준비중이다. 이번 대회 로스터를 대부분 어린 선수들로 꾸린 것도 미래를 위해서다. 지금의 구위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한국은 향후 몇 년 동안 적어도 주전 마무리 투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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