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골 내각관방부 장관 "희소금속분야 협력…韓투자자 유치할 것"
"H.O.T, 신화 노래 듣고 자랐다…남녀노소 한국 인식 긍정적"
(서울=뉴스1) 조소영 김지완 정윤경 기자 = "나는 한국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몽골의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인 냠 오소르 오츠랄(NYAM-OSOR UCHRAL) 내각관방부 장관(39·몽골인민당)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3년 전 크게 건강이 악화된 오츠랄 장관은 몽골을 거쳐 한국에서 치료를 받은 후 건강을 되찾았다. 오츠랄 장관은 이날 거듭 한국 국민과 의료진에 감사를 전한다며 "그분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비행편으로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몽골(수도 울란바토르 기준)은 자연 경관이 훌륭하고 자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골은 구리와 석탄, 몰리브덴 등 무려 80여 종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10위의 자원부국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북한과도 수교(1948년)한 국가라는 특징도 있다. 한국과의 수교는 내년으로 35주년을 맞으며, 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문화, 관광, 인적 교류가 크게 증가한 상태다.
오츠랄 장관은 여러 차례 방한(訪韓)해 한국 정부 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양국 협력, 한국 내 몽골인 권익 신장에 앞장서왔다. 최근까지 디지털 개발 및 통신부 장관을 지낸 뒤 올해 6월에 있던 의회 총선 이후 새 정부가 꾸려졌을 때 내각관방부 장관에 인선됐다. 내각관방부는 몽골 총리를 지원하고 공무원 역량 강화와 같이 내각 전반을 살피는 부처로, 한국으로 보면 행정안전부와 유사하다.
오츠랄 장관은 한-몽골 협력을 지금보다 더 심화·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경제적 분야에 있어 양국 간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희소금속협력센터 설립 사업'이 있다"며 "몽골이 희소금속을 한국에 공급하고 몽골은 광업 분야에서 한국 투자자를 유치하는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내년에 한국 기업에 몽골의 현 상황을 알리는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오츠랄 장관은 몽골에서 한국은 매우 익숙한 나라라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몽골인들이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우호적이라는 뜻이다. 케이팝(K-POP) 등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몽골인만 5만 6000명으로, 그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부모와 몽골에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 간 만남을 주선하는 일에 6년 동안 앞장서오기도 했다.
어렸을 적 '티몬'(Timon)이라는 이름으로 래퍼 활동을 하기도 했던 오츠랄 장관은 자신이 H.O.T와 신화 노래를 듣고 자란 "케이팝 1세대"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다음은 오츠랄 장관과의 일문일답.
-'한-몽골 정부 공동위원회'의 몽골 분과장을 맡고 계신 만큼, 몽골과 대한민국의 관계와 협력에 대한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 현재 양국 관계 현황은 어떤가. ▶한국과 몽골, 양국은 역사적·문화적 유대관계가 깊은 나라다. 양국은 지난 1990년 수교해 올해 수교 34주년이 됐고 내년은 수교 35주년이 되는 해이다. 몽골과 동북아시아에 공존하는 한국과의 교류·협력 발전은 우리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다.
1990년 수교 당시 양국 교역액은 20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2023년 교역액은 5.4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리 목표는 양국 경제협력의 활성화 및 심화·발전이다. 앞서 '몽골 방문의 해'를 맞아 몽골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비자를 면제했는데, 그 결과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이 1위이기도 했다.
어제(11일) 한-몽골 정부 공동위원회에서 몽골 수석대표로 한국 외교부 차관과 만났고, 그 자리에서 한국의 무상원조와 차관으로 진행 중인 사업 현황을 평가했다. 몽골에서는 현재 솔롱고(공공주택단지) 1·2차 사업과 몽골의 10개 애막(몽골의 행정구역 단위로 한국의 도에 해당)에서 중앙난방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몽골의 디지털 개발 및 통신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한국과 양해각서(MOU) 체결 등도 있었는데, 몽골의 디지털화 및 전자정부 발전 현황을 소개해준다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디지털 개발 및 통신부 장관으로 일했다. 이전에는 국회에서 전자혁신분야 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냈다. 이때부터 전자화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 국가정보보호, 그리고 전자상의 용역을 제공하는 기업과 연계해 법적 환경을 향상하는 업무를 맡았다.
몽골 정부는 이처럼 전자정보와 관련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 결과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몽골의 전자정보 관련 발전과 노력을 인정받아 '세계 우수 정부상'(Global Government Excellence Award)을 수상했다. 또 유엔에서 2년마다 발간하는 전자정보 관련 기준을 평가하는 '전자정부 발전지수'에서 원래 자리보다 28위 올라가는 성과를 거두었다.(2022년 74위에서 2024년 46위)
전자화 과정이 몽골에서 활발히 이뤄져 빅데이터를 형성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모이고 있는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몽골 정부의 목적과 방향이다.
내가 디지털 개발 및 통신부 장관을 지낼 때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MOU를 체결했다. 이후 새 정부 내각관방장관에 임명돼 한국 행정안전부와 교류하면서 전자정부 협력 수준을 더 높은 단계로 올리도록 협력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몽골의 '주소 체계 현대화 사업'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을 통해 시작했다. 이 사업을 통해 전자정부화가 가속되고 몽골 국민이 국가 서비스를 신속히 받으며, 전자상거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몽골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연립정부가 구성됐다. 몽골 정부의 주요 우선순위와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과 협력해 추진할 주요 프로젝트가 있나. ▶지난 6월 의회 총선이 있었고 의석 수가 (76석에서) 126석으로 늘어난 가운데 치러졌다. 여기서 (집권당인) 몽골인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지금 추진 중인 메가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전국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많은 의석을 차지한 2개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몽골 정부는 현재 경제를 확대시키고, 무역관계도 발전시키고,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새 연립정부가 앞으로 4년 동안의 정부 계획을 세웠고 여기에는 14개의 메가프로젝트 추진과 14개 법적 혁신 추진이 포함됐다.
대한민국은 몽골이 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할 때부터 지지해줬고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을 줬다. 이에 대해 몽골 정부와 국민이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14개의 법적 혁신에 포함된 공무원 인사제도 혁신에서 한국의 우수한 경험을 많이 도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 인사혁신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또 어제 양국 정부 공동위원회 회의에서도 다뤘지만, (특히) 양국관계에서 '경제적 분야'를 더 풍부히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에는 '희소금속협력센터 설립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잘 마무리되면 몽골이 희소금속을 한국에 공급하고 몽골은 광업 분야에서 한국 투자자를 유치하는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내년에 양국 광업 및 희소금속 분야에서 협력 가능한 방안을 더 모색하기 위해, 한국 기업에 몽골의 현재 상황을 알리는 '비즈니스 포럼'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희소금속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은 선진기술을 보유한 국가다. 리튬과 같은 몽골의 희소금속을 공급받는 것 등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3년 전 건강이 크게 악화되면서 몽골에서 치료를 받다가 한국 아산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한국 사람들 속에 있을 정도였다.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장난삼아 '한국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말하곤 한다. 한국 국민과 의료진, 의학 수준과 관련해 늘 존경하고 감사히 생각한다. 그분들 덕분에 나는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살 수 있었다.
나를 치료한 한국 의사들은 몽골의 의료진 수준과 의학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몽골에서 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의 질'을 향상시켜야 치료 결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한국의 경우, 환자가 (몸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면서 마음, 정신적으로도 (잘) 살 수 있게 동행(병행)해서 치료하는 점이 몽골과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한국의 보건·의료분야 수준으로 몽골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몽골인이 나처럼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 1년에만 몽골인 2만 2000명이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는다. 반복해서 오는 사람까지 합하면 7만 명 정도다. 한 사람당 200만 원, 1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다.
그래서 어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때 한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즉 의료관광을 오는 몽골인에 대한 '사증 면제'를 당부했다. 몽골 환자가 병원 검사와 치료를 예약하고 비용도 내면 우선적으로 한국에 빨리 들어올 수 있게 사증 면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오츠랄의 할리데이'(Uchral's Holiday)라는 영상이 몽골에서 굉장한 주목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어떤 영상인가. ▶현재 5만 6000명의 몽골인이 한국에서 거주한다. 해외 국가 중 가장 많은 몽골인이 사는 곳이 한국이다. 얼마 전 주몽골 한국대사관에서 일했던 길강묵 영사가 낸 책 제목으로 소개를 하자면 '몽골의 22번째 애막에서 온 편지'라는 책인데, 5만 6000명은 몽골의 한 애막 인구에 해당한다. 그래서 한국은 '22번째 애막'이라는 것이다.
여러 몽골 사람들은 자녀가 어릴 때 몽골을 떠나 한국에서 7~8년, 내지는 10년 이상 일하면서 자녀와 만나지 못한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는 어릴 때 나를 몽골에 두고 좋은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내 이름 오츠랄은 '만남'이라는 뜻이 있다. '오츠랄의 할리데이'는 '만남의 기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6년 전 시작했다. 몽골에 남겨진 아이들이 한국에 가려고 사증 신청을 하는데 비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비용적으로도 한국에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을 한국에 보내 부모님과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6년간 100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만났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부모와 서로 안고, 울고, 그리움을 달랜다.
재미있는 것은 프로그램을 몇 년 해보니, 아이들이 4일에서 5일 정도 한국에서 부모와 만나고, 얘기를 나누고, 부모의 일터에 가본 다음, 몽골로 돌아가서 부모님이 보내준 가방과 학용품을 더 아끼고, 학업에 더 열심히 임하는 결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부모가 외국으로 가면서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날 위해 일한다는 점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이와 함께 나도 해외에 거주하는 몽골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거주 5만 6000명 몽골인의 안전과 권익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조 장관에게도 말씀드렸다.
-몽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어렸을 적 래퍼 활동을 했던데 좋아하는 한국 가수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케이팝 1세대라고 하는 H.O.T.와 신화 노래를 들었다. 내 세대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국과 같은 옷을 입거나 헤어스타일을 따라했다. 케이팝은 시기를 막론하고 유행을 이끌어나가는 듯하다.
지금은 BTS(방탄소년단), 블랙핑크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매력이 되고 한국에 가고 싶어 하고 유학하고 싶어 하는 등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얼마 전에는 한국 가수 비가 몽골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장에 3만~4만명 몽골인이 비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몽골인들은 한국 음악만이 아니라 한국 음식도 많이 좋아한다. 집에서 한국 요리도 직접 할 정도로 유행한다. 이를 알려준 것이 'K-드라마'다. 이를 통해 한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한국 문화와 풍습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한국인 관광객이 몽골에 왔다면, 어떤 거리를 가더라도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 몽골인의 정서이고 한국에 대한 인상이다.
한국에 대한 인식은 모든 연령에서, 남녀노소를 무관하고 긍정적이다. 우리 부모, 조부모 세대는 TV로 한국 드라마를 봐왔고 대장금 등 모두가 아는 한국 드라마가 있을 정도다. 정부에서도 한국과 함께 '결과가 있는 일들'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협력하고 일하면 신뢰할 수 있다, (한국은) '하이 퀄리티'(high quality·높은 품질)를 준다고 인식하게 됐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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