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가상자산 시장···신뢰성 ↑ 첫 걸음 ‘정보 불균형 해소’ [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정보 쏠림 범죄 원인···공시·경보시스템 필요
개인·알트코인 비중 ↑···김치프리이엄도 지녀
감독 방향···이용자 보호·불공정거래 단속강화
법인계좌·실물경제융합형서비스 도입 등 필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공시 시스템 등 제도적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난 7일 서울경제신문과 법무법인 화우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100일···성과와 과제’ 세미나. 4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내·외적 성장을 위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관심을 받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또 한번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정 규제와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마다 성장하고 있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범죄 예방 및 시장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가상자산거래소는 물론 시장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김용제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부부장검사)는 가상자산 시장의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공시 시스템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장, 거래 등에 대한 정보가 일부에게 쏠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범죄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법적 공백 속에 이른바 ‘불량 코인’까지 많았던 만큼 시세조종 근절과 함께 정보 불균형이라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1~2022년 사이 원화·코인 마켓에서 영업 중지(상장폐지)된 가상자산이 1053개에 달하는 등 이른바 ‘불량 코인’이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참여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세조종 등 규제 방안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돼 지난 7월 19일부터 시행됐다.
김 부장검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실질적으로는 해외에 사업체를 두고 국내에서 영업을 하려는 시도가 많다”며 “시장 참여자에 대한 경보 시스템이 정비돼야 제도권 밖의 범죄와 피해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매 통로가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가 동등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위험을 사전에 고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범죄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이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이용자 보호 공백, 시장 질서 확립 등에서 성과를 냈지만 (범죄) 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할 부분이 많다”며 “가상자산의 출현으로 탈세, 외국환 거래 위반 등 국내 경제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는 지도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법 처리된 가상자산 범죄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범죄로 얻은 부로 이른바 ‘큰 손’이 되고도 처벌 받지 않은 이들이 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점 자체가 가상자산시장의 불안요소”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지향하는 향후 가상자산시장 정책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신뢰 구축이 궁극적 목표다. 시세조종 근절을 한 축으로 국내 가상 사업자들에 대한 법률 준수, 거래 기록 유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 이행 여부 등까지 폭넓게 감독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감독·검사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현덕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장은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 이용자 중심이자 알트 코인 비중이 높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시세보다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준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수는 788만명가량이다. 국내 가상자산 중 비트코인(BTC)이 차지하는 비중은 38% 안팎으로 글로벌 시장(60.5%)보다 낮다. 이 국장은 “불확실성 부분에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를 명확히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며 “발생 공시나 건전성 영업 행위, 진입·퇴출 명확화 등을 한층 명확·고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보현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안착을 위한 법률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허용, 실물 경제 융합형 혁신 서비스 등 제도적 보완을 강조했다. 법 시행으로 규제의 틀이 만들어진 만큼 시장이 한층 활성화되기 위한 법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2017년 12월 범정부 긴급 대책 발표를 시작으로 자금 세탁부터 불공정거래까지 규제책이 줄을 이었으나 가상자산시장 활성화를 꾀할 뚜렷한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는 유통,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대표적으로 꼽은 부분은 법인에 대해 가상자산 계좌를 허용해야 한다는 측면이다.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예치금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가상자산의 보관 △임의적 입출금 차단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가상자산발행인 자격·발행공시 기준 및 절차, 주요 공시 사항 △공모 발행 모집 사용 규제 △가상자산사업자 종류별 세분화된 영업 규제 등을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법인에 가상자산 계좌를 보유토록 허용하는 방안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
이 변호사는 “실명확인입출금 계정과 관련해서는 영업에 대한 규제가 많다”며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 현재 금지하고 있는 법인에 가상계좌 보유를 허용할 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물 경제 융합형 혁신 서비스 출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가상자산의 경우 거래소는 물론 장외거래(OTC) 등 우회적 방법을 통한 매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반면 실제 제품을 구입하는 등 실물 경제와 연결된 서비스는 없다. 가상자산 거래가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겸업 허용 등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과 실물 경제가 연결돼 이뤄질 수 있는 서비스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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