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라섹 수술 없이 시력 되찾았다”…세계가 환호할 이 기술, 일본서 성공시켰다는데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11. 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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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대 연구진 ‘랜싯’ 발표
혈액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꾼 뒤
각막 세포로 만들어 눈에 이식
LSCD 질환 4명 중 3명, 시력 회복

이번 주 주목할만한 연구 성과가 한 편 발표됐습니다. 바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시력을 회복했다는 일본 연구진의 논문인데요. 이와 함께 한국인에게 특히 익숙한 줄기세포 분야의 현재에 대해 짧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줄기세포 이용해 시력 회복
일본 연구진의 실험 과정입니다. 혈액 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환자의 안구에 넣었습니다. [사진=랜싯]
일본 오사카대 니시다 고지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의학학술지 ‘랜싯’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각막이 손상된 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한 결과 3명의 시력이 회복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술지 ‘네이처’는 이를 보도하며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로 사람의 시력 회복’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세계 최초’라는 말은 과학기술계에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사용하는데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결과였습니다.

먼저 실험 방법을 보겠습니다. 연구진은 ‘각막 윤부 줄기세포 결핍증(LSCD)’ 질환을 앓고 있는 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합니다. 눈을 떴을 때 검은자위 부위에 있는 투명한 막을 ‘각막’이라고 합니다. 각막의 가장 바깥층을 ‘윤부’라고 하는데요. 이곳에 있는 줄기세포가 각막을 유지하게 됩니다. 만약 이 부위의 줄기세포가 고갈되면 각막에 흉터 조직이 생기고, 이 조직이 각막을 덮으면서 결국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LSCD 질환이라고 합니다. LSCD는 외상은 물론 자가면역, 유전질환으로 발생합니다.

현재 LSCD에 대한 치료법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눈에서 얻은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각막 세포를 이식하기도 하는데,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사망한 사람의 각막을 이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면역 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사카대 연구진은 각막 이식을 위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이용합니다. 먼저 줄기세포를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줄기세포란 우리 몸의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 바뀔 수 있는 원시 단계의 세포를 의미합니다. 줄기세포는 ‘분화’라는 과정을 통해 기능이 생기고 형태가 바뀌게 되는 만큼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다양한 치료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화해서 예를 들면 무릎 연골에 이상이 있다면, 무릎 연골 세포로 재생하는 줄기세포를 넣어주는 식입니다. 시력이 나빠졌다면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로 분화하는 줄기세포를 눈에 넣어주면 됩니다.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iPS...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발견한 iPS 생성 및 활용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iPS 등 크게 세 가지가 존재합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확보한 줄기세포입니다. 아직 분화되기 전의 세포인 만큼 재생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난자’가 필요한 만큼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2013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특정 기능을 하도록 분화된 줄기세포입니다. 지방, 골수, 탯줄 등에서 채취가 가능합니다. 이를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배아줄기세포와 비교했을 때 일반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연구진이 이용한 iPS는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에 특정 물질을 넣어 원시 상태의 줄기세포로 되돌린 세포를 의미합니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이러한 방법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일본은 iPS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혈액 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줄기세포로 만들었습니다. 그 뒤 투명한 각막 세포로 변환시키고 환자의 눈에서 손상된 각막 흉터 조직을 제거한 뒤 이를 넣어줍니다. 줄기세포가 없어진 곳에, 줄기세포를 넣어준 겁니다. 2019년 6월, 2020년 11월에 총 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련 시술을 했는데, 이식 뒤 2년이 지난 후 누구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세포를 넣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종양세포로의 전환이나 면역 거부 반응 등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식 후 네 명의 환자 모두 시력이 개선됐고 LSCD로 영향을 받은 각막 부위가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비록 이 중 한 명은 다시 시력이 나빠졌지만, 나머지 3명의 환자의 개선된 시력은 유지됐다고 합니다.

iPS, 배아줄기세포 이용한 연구 초기 단계
연구진은 그러나 “시력 개선의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식된 세포가 수혜자의 각막에서 증식했을 가능성이 있고 또는 환자 자기 세포가 재생됐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확장한 임상시험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iPS를 처음 발견한 국가인 만큼, 일본은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듬해인 2013년, 일본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재생의학 분야에 1100억엔(약 98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iPS를 이용해 심장 근육 세포를 만든 뒤 이를 심장에 이식, 심장 기능 개선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결과 역시 이러한 연구의 일환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iPS와 관련해 10여차례가 넘는 임상시험을 수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 안전하다는 것이 대체로 입증됐고 이제는 확실한 효과를 확인해가는 단계입니다. 현재 일본은 파킨슨병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에 iPS를 이용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iPS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06년입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제야 한두 건씩 유의미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역시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 황반변성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의 연구로서 실제 치료제까지 출시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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