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그룹 CEO "양질 콘텐츠에 지갑 열린다…뉴스 재밌게 해도 돼"

이세원 2024. 11.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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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에 美정책 급변 가능성…"신뢰할 수 있는 보도가 중요한 순간"
FT, 오픈AI와 협업…"위기와 기회 이해하고 싶었다…대가에는 만족"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존 리딩 FT그룹 CEO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존 리딩 파이낸셜타임스(FT)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17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우재연 기자 = "우리 업계로서는 지금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도를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2024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존 리딩 파이낸셜타임스(FT)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뤄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내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출범하면 미국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리딩 CEO는 "정책의 변화나 격변은 거짓 정보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맥락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뉴스 미디어가 이슈에 관해 가능한 한 충실하고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할 엄청난 기회와 사명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대선 압승과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인해 미국의 외교 정책 등에서 잠재적으로 꽤 중요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2024.11.13) [AP=연합뉴스]

리딩 CEO는 "한국이든 유럽이든 주요 초점 중 하나는 분명히 국방비 지출"이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활동이나 선거 캠프가 얘기한 것을 보면 "트럼프가 파트너와 동맹국이 훨씬 더 많은 방위비를 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가 많다"며 2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더 부과하는 경제 정책 등을 들고나올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언론사 경영 전략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사람들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들은 양질의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를 소중히 여기지요. 파이낸셜타임스가 그 증거입니다. 135년 역사상 가장 많은 유료 독자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런던 소재 파이낸셜타임스 건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리딩 CEO는 FT가 과거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나 블룸버그를 경쟁자로 생각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스트리밍 때문에 경쟁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제 독자의 "시간과 관심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렇지만 그는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의 가치와 역할은 사라지지 않으며 역으로 기회가 생긴다고 해석했다.

기후 변화, 지정학적 과제, 전쟁, 사회 이슈 등 세계적으로 많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사람들은 해결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정보를 제시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저널리즘과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리딩 CEO의 지론이다.

리딩 CEO는 "독자와 연결되는 형식이나 스타일로 제시하는 것이 과제다. 특히 젊은 독자들은 다른 방식의 소비 습관을 지니고 있다"며 동영상, 팟캐스트, 해설형 콘텐츠, 시각화된 데이터 등을 이들이 선호하는 형식으로 거론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와 뉴스 사이에 반드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소 재미있거나 매력적인 방식으로 뉴스를 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밝은 표정의 존 리딩 FT그룹 CEO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존 리딩 파이낸셜타임스(FT)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17 mjkang@yna.co.kr

리딩 CEO는 콘텐츠 차별화를 유료화 성공의 중요 요건으로 꼽았다.

그는 "비슷한 상품이 공짜라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것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콘텐츠 차별화는 매우 도움이 되고 어쩌면 필수적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품질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골드 스탠더드 저널리즘(gold-standard journalism)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는 매우 독립적인 편집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파적인 뉴스를 보도할 때는 균형 있고 공정하게 하려고 매우 노력합니다."

글로벌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리딩 CEO는 전했다. FT는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콘텐츠 판매는 타국에서 이뤄지고 독자도 영국 바깥에 더 많다고 한다.

FT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데이터 시각화에 힘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관련 정보를 일련의 차트 등으로 보여준 '코비드(코로나) 트랙커'가 호평받았다고 리딩 CEO는 소개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얼굴 인식 기능을 이용해 실종된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러시아의 입양 웹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도하는 등 신기술을 취재·보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챗GPT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리딩 CEO는 이날 국내 언론사 CEO들과 함께한 조찬 간담회에서 독자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이 변하면서 "발행자(언론사)가 마주하는 위기와 기회를 이해하기를 원했다"고 FT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위기와 기회를) 이해하기 위해 실험하는 단계이며 그 결과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딩 CEO는 "기술 기업이 지적재산에 대해 합당한 돈을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픈AI가 협업의 대가로 제공하는 금액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89년부터 3년 반가량 한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했으며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중앙은행인 조선중앙은행 총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존 리딩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국제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로 활동하다 2006년 CEO로 취임해 2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로고 작성 김민준(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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