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둘러싼 문제적 거래…'딜리버리'가 던진 화두 [시네마 프리뷰]

장아름 기자 2024. 11. 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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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 영화 '딜리버리' 리뷰
딜리버리 스틸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산부인과 의사 귀남(김영민 분)과 인플루언서 아내 우희(권소현 분)는 그 누구보다 2세를 간절히 원한다. 귀남은 무정자증이지만 이를 숨기고 불임 탓을 아내 우희에게 돌린다. 우희는 불임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돈 많은 아버지(동방우 분)로부터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아기를 갖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입양까지도 계획했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았던 이들 부부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귀남이 임신 중절 수술을 하러 온 미자(권소현 분)의 아기를 뜻하지 않게 살리게 되면서, 위험한 문제적 거래가 시작된다. 미자 역은 이번 작품 주연인 우희 역의 배우 권소현과 동명인 포미닛 출신 연기자 권소현이 소화했다.

귀남과 우희는 출산 전까지 머무를 아파트와 경제적으로 보상을 약속하고, 백수였던 미자와 달수(강태우 분) 커플은 이를 수락한다.

딜리버리 스틸
딜리버리 스틸

오는 20일 개봉하는 '딜리버리'(감독 장민준)는 임신과 출산이 목적이 된 각기 다른 계층의 커플을 통해 세태를 풍자하고 화두를 던진다. 각자 필요와 욕망에 의한 '딜'이 성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서사다. 장인어른 기에 눌렸던 소심한 사위 귀남은 기를 펴고, 우희는 SNS에 임신을 자랑한다. 미자와 달수는 더 이상 쓰레기 더미 집이 아닌, 사람 사는 집에서의 삶을 누린다.

돈과 아기라는 서로의 필요를 채워준 계약이 성사됐지만, 욕망은 더욱 변덕을 부린다. 우희는 홈캠을 통해 미자의 영양제 복용까지 관리, 감시하고 사사건건 개입한다. 미자는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월세 2배와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요구한다. 애초부터 불안했던 두 커플 간의 거래는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다 서로를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장민준 감독은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시대에 출산율은 최저를 찍는 아이러니한 사회 현상을 담아보고자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이 아이러니는 영화를 끌고 가는 힘으로, 누군가에겐 간절한 아기가 누군가에겐 버려지는 양극단에 선 커플의 이야기로 세태를 노골적이고 리얼하게 담아내면서 현실을 직시한다. 출산과 분만, 배달 등을 뜻하는 중의적 의미의 제목 '딜리버리' 또한 현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장민준 감독은 "물질적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서 생명에 관한 사람들 간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아이러니를 동시에 담기 위한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김영민은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의사 귀남을 소심하면서도 찌질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을 극 중 이야기로 금세 이입하게 하는 연기력을 보여줬고, 아내 우희 역의 권소현은 백치미 넘치는 해맑은 철부지 사모를 탁월하게 구현해 냈다. 이들 부부가 아이를 가진 척 능청스럽게 연기해 내는 티키타카 또한 웃음 포인트다. 임신과 출산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가진 후 극적인 내면 변화를 보여준 권소현은 현실적인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빈곤층의 무능하면서도 날것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달수 역의 강태우의 연기도 돋보였다.

'딜리버리'는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는 만큼, 보는 이에 따라 불편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 도덕적 가치관은 차치한 거래를 소재로 했다는 점은 다소 우려가 되지만, 초반 가벼웠던 톤은 후반부 들어서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만큼, 마냥 코미디로만 소비하지 않으려는 균형감이 느껴진다. 각 캐릭터와 서사가 꽤 밀도가 높지만, 엔딩에서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인상도 남긴다. 여자친구와 아이에게 책임감을 다하지 않았던 달수가 돌연 극적 변화를 보여주는 구간에서 캐릭터 개연성을 잃어버리고, 관객들마저 당황스럽게 한다. 결말 또한 달수의 성장을 그리지만, 이 비약으로 인한 해소되지 않은 의문은 찝찝함을 남긴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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